"내수 호경기에다 엔고까지 겹쳐 더없이 좋은 상황을 맞았다고 좋아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인천 남동공단의 엔진부품업체인 A사의 J사장은 "잘 나가다 대우사태로
죽을 맛"이라며 하소연부터 했다.

생산라인 근로자들도 "돈이 안되는" 물건을 만드는 탓인지 기력이 없어
보인다.

이 회사가 보유한 대우 어음은 약 30억원.

대우자동차로부터 결제를 받지 못한 채 만기가 지난 어음도 있다.

대우의 미결제로 인해 할인받은 은행에 대해 원금뿐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물어야 할 형편이다.

아직 납품은 하고 있다.

그러나 물량이 늘수록 자금난은 더욱 심해져 회사측은 공급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K사장은 "40일짜리 어음을 끊어주고 원자재를 사오는데 부품 납품할 때는
6개월 짜리를 받으니 어떻게 견디겠느냐"며 목이 잠겼다.

대우중공업에 유압실린더를 납품하는 B사 역시 지난 12일부터 대우측의
어음결제 중단으로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이 회사의 Y사장은 "8월말이면 부실 어음으로 인해 모두 39억원이 묶이게
된다"며 "우리 회사의 하청업체들에 어음 결제를 해줘야 할 날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은 대우자동차 발행 어음을 거의 할인해 주지 않는다.

불똥은 부품업계에 떨어졌다.

대우 자금이 유일한 돈줄이 협력업체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고 있다.

대우 협력사들이 몰려있는 인천 남동공단과 부평 부천 등지에는 "한랭기류"
가 "폭풍우"를 몰고올 것 같은 음산한 기운이 맴돌고 있다.

힘없이 돌고 있는 생산라인도 이내 멈춰설 것 같은 분위기다.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5억원 이상 어음할인은 거의 중단됐다.

5억원 이하 어음할인도 지점장 전결로 돼 있으나 대부분 은행이 할인을
멈춘 상태이다.

"이미 할인받은 어음까지 금융권이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부품사
관계자들은 꼬집었다.

어음할인 기피현상이 지속되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 부품업체들은 고사
되기 일보직전이다.

2,3차 협력업체들은 하루하루를 넘기기가 힘든 형편이다.

2차 협력업체에 어음을 발행한 1차 협력업체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어음의
만기도래로 부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달 종업원 월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직원들에게 교통비마저 주지 못해 노/사 모두가 울상인 업체도 있다.

대우 협력사중에는 삼성 현대 SK 등 다른 그룹들과도 거래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이들이 쓰러질 경우 그 파장이 다른 그룹에까지 미치고 더 나아가 전
산업계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협중앙회가 최근 대우그룹 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는 1백9개 1차 협력업체들
을 대상으로 긴급조사한 결과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의 할인이 "곤란하거나
전혀 불가능하다"는 업체가 82.7%에 달하고 있다.

"전혀 할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업체도 24.0%나 된다.

하청업체들이 자금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우 주력기업들의 협력업체는 1차 납품업체만도 대우전자가 모두 8백24개,
중공업 1천1백22개, 자동차 8백36개 등 모두 2천7백82개에 이른다.

1차 협력사들의 총 종업원은 45만명 정도.

2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대우 및 협력업체 종사자들은 1백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협력업체들은 대우 계열사 발행어음의 할인이 원활해지도록 우선 금융기관
일선 창구직원과 지점장에 대한 구체적인 면책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
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창구지도도 훨씬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문병환 기자 moon@ 서욱진 기자 ventur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