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의 구조조정계획이 막판 산고를 겪고 있다.

정부.채권단과 대우는 총론에선 합의했으나 각론에서 쟁점이 남아 당초
11일 발표키로 했던 구조조정계획을 16일이후로 미뤘다.

양측은 대우증권, 서울투신운용 등 금융계열사의 분리.매각을 포함 큰
방향에선 합의를 본상태이다.

대우가 초안에서 8개사를 남기겠다고 했지만 자동차관련 4개사, (주)대우
무역부문, 대우중공업 기계부문 등 6개사만 존속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몇몇 쟁점에선 상당한 이견을 보여 최종안은 빨라야 이번 주말에나
확정될 전망이다.

<>쟁점 =수정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매각시한을 명시할 것이냐가 최대
쟁점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오는 16일 체결할 수정 약정에 "대우증권을 연내 매각한다"
는 시한을 요구하는데 대해 대우가 반발하고 있다.

대우는 "업계 1위의 알짜계열사인데 매각시한을 연내로 못박으면 협상이
불리해져 제값을 못받고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우의 시간벌기가 결과적으로 매각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관계자는 "대우는 그동안 수없이 판다고 해놓고 실행에 옮긴 것이 미미해
시장에서 "양치기소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채권단이 대우증권의 대우지분을 인수한 뒤,매각이
성사되면 가격을 사후정산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서울투신운용의 경우 환매사태가 또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긴다는
우려에서 대우지분을 조기 정리하는 쪽으로 양측이 합의를 봤다.

그러나 여기엔 서울투신의 14조원규모 펀드운용자산중 20%에 달하는 대우
회사채 처리문제가 골치거리로 남아있다.

이와함께 (주)대우 건설부문을 분리해 경남기업과 함께 매각하는 방안도
대우측이 버티는 부분이다.

대우는 금융부문은 포기해도 건설은 해외에 벌려놓은 사업이 많고 도급순위
2위로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관계자는 "분리매각 소문이 돌면서 국내외 건설수주에서 밀리는 등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우는 계열분리 뒤에도 매각치 않고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독립법인
형태를 원하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서는 양측이 당초 정부와 채권단의 방안대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전망 =정부.채권단의 방침 대로라면 대우는 대우자동차, 대우통신 자동차
부품부문, 대우캐피털, 대우자동차판매 등 자동차 관련 4사와 (주)대우 무역
부문, 대우중공업 기계부문 등 6개사만 남게 된다.

특히 대우자동차 경영권이 미국 GM으로 넘어가면 지분구조상 대우자동차,
대우캐피털, 대우자동차판매 등 3개사도 계열에서 분리된다.

(주)대우 무역부문, 대우통신 차부품부문, 대우중공업 기계부문 등 3개사만
남는 셈이다.

어떤 형태로든 결과는 대우그룹의 해체인 셈이다.

대우는 그룹해체를 막는데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대우가 내놓은 10조원의 담보를 즉시처분할 수 있는 규정을 수정 약정에
넣어 또다시 미적거리면 즉각 발동할 태세다.

스스로 못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칼질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구조조정계획 발표가 지연될수록 금융불안이 증폭되므로 채권단과
대우에 조기매듭을 종용하고 있다.

대우로선 앞으로 남은 3~4일이 그룹 운명을 좌우하게 돼 최대한 협상여지를
남기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더이상 "양치기 소년"을 용납치 않는다는 점에서 대우의
버티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입장= 대우는 채권단에 대우증권은 매각하되 매각 시한은 정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대우 건설부문은 매각 대신 계열 분리해 독립법인화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우는 그러나 대우증권 매각이나 (주)대우 건설부문 계열분리의 시한을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못박지 말자는 주장만은 굽히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의 연내 매각을 명시할 경우 원매자와의 협상에서 제값을 받을 수
없는데다 건설부문은 (주)대우에서 떼내는데 물리적으로 6개월 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라는게 대우측의 주장이다.

우선 대우증권은 채권단의 요구대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연내 매각되지 않을 경우에는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증권의 대우
지분 16%(시가 약 2천7백억원)를 인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물론 대우증권의 높은 수익성과 업계 1위라는 위상을 감안, 채권단이 시가
보다 높은 값을 쳐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서울투신운용의 대우증권 지분 24.5% 매각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우는 (주)대우 건설부문이 정상적인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제3자
매각보다는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법인화하는 것이 합당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대우에서 건설부문을 분리해 독자생존시키되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건설업종의 특성상 대우 브랜드를 그대로 달겠으며 이 역시 물리적으로
올해안에 실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는 또 다른 건설계열사인 경남기업에 대해서는 산업합리화업체인 만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우통신 PC부문은 분리.독립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우는 대우증권, (주)대우 건설부문의 경우 채권단과 갈등관계를 빚을
경우 당장 영업과 수주 분양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 고위관계자는 "기업을 일단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채권단의 요구를
대폭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