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케이블TV의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면서 쇼핑하는 중년남성이 부쩍
늘고 있다.
주부들이 단골고객이었던 심야시간에 TV홈쇼핑을 통해 잠을 설쳐가며
상품을 사는 남성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
39쇼핑 LG홈쇼핑 등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밤 10시부터 새벽2시까지
TV홈쇼핑을 하는 고객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근 연일 40%선을 넘고
있다.
이는 20%를 밑돌았던 지난해 이맘때의 2배에 달한다.
특히 30~50세의 중년 남성고객이 부쩍 늘어 39쇼핑의 경우 심야시간 전체
남성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심야 TV홈쇼핑에 남성 단골고객이 늘어나면서 밤중에 잘 팔리는 품목의
내용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부들이 사용하는 가정용품이 심야시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으나 요즘엔 골프용품 건강보조식품 신사복 등 남성용품들이
상위권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39쇼핑에선 최근 1주일동안 밤10시부터 새벽2시까지 산마리노 여름골프정장
이 가장 많이 팔렸다.
신사용 여름바지도 "베스트 5"에 포함됐다.
LG홈쇼핑에서도 요즘 심야시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중년남성들이 즐겨
찾는 건강식품인 "정관장 홍삼보"가 차지하고 있다.
담배 끊는 약인 금연초와 보양식품인 "녹용자라파워"도 상위권에 든다.
심야 남성고객이 늘자 TV홈쇼핑업체들도 한밤중에 고객유치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데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LG홈쇼핑은 평일 오후10시 이후 방영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90% 이상을
남성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또 가정에서 고가품을 살 때는 남성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주목,
컴퓨터 가구 에어컨 등 고가품을 심야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39쇼핑도 "골프월드"를 비롯, "레저월드" "건강365" "컴퓨터쇼" 등
남성지향적 프로그램을 심야에 집중배치했다.
LG호쇼핑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TV홈쇼핑 고객중 80%이상은 35~55세의
주부들이었는데 올들어 남성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밤 늦도록 술을 마시기보다 일찍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편하게 쇼핑하려는 남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9쇼핑과 LG홈쇼핑은 심야시간 남성고객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골프용품 건강용품 가전제품 등 남성들이 관심을 갖는 제품을 중점적으로
늦은 시간대에 소개할 계획이다.
또 남성 중에서도 30~50세의 중년고객 뿐 아니라 20대의 청년고객들도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그램 편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 최철규 기자 gra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