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집"이 자취를 감췄다.

자연계의 두꺼비집이나 어린이들이 모래로 만든 집을 일컫는게 아니다.

전원 차단기인 퓨즈박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선이 수용할 수 있는 일정수준(가정용의 경우 15~30A)이상의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막는 장치가 전원 차단기다.

과전류로 인한 화재 발생을 미연에 방지 하는 것.

두꺼비집은 70년대초까지만 해도 시골 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던 생활
필수품.

그 뒤를 이은게 커버나이프스위치(CKS).

과전류가 흐르면 퓨즈가 끊겨 전원을 차단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퓨즈의 위치가 다르다.

두꺼비집은 뚜껑 안쪽에 퓨즈가 달렸다.

반면 CKS는 퓨즈가 몸체에 설치됐다.

구리로 만든 스위치를 올리거나 내려 퓨즈와 스위치를 잇거나 떨어지게 하는
식이다.

스위치가 칼(Knife) 모양이라 커버나이프스위치로 불린다.

장안글로벌(구장안공업)의 창업주 고장병만 회장이 지난 58년 만든 CKS가
국산 1호.

일제시대 서울에 있는 일본 업체 공장에서 배운 기술이 밑천이 됐다.

61년 수입금지 조치가 떨어진 CKS의 전성기는 60년대 중반에서부터
70년대중반.

"전국적으로 월50만개 정도는 사용 했을 겁니다"(장안글로벌 이영균 부장)

80년대 들어서면서 CKS는 전원 차단기의 자리를 배선용 차단기(NFB)와
누전차단기(ELB)에게 넘겨준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안글로벌 제일전기 진흥전기 3사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CKS는 대략 월1만개로 추정되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임시 전원 차단기로 사용 하거나 2중 안전장치로 NFB와 함께
쓰기도 한다.

비상용 발전기를 둔 공장등에서 정전시 전환 스위치로 사용하기도 한다.

전환 스위치로는 ATC(오토매틱 트랜스퍼 스위치)가 있지만 값싼 CKS를
선호 하는 것.

그러나 CKS의 위상이 쪼그라 든 것은 엄연한 현실.

선두 주자인 장안공업의 부도(97년말)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대째 전원 차단기를 생산해온 이 회사는 이름을 장안글로벌로 바꾸고
창업주의 손자인 장진욱 사장을 중심으로 재기에 힘을 쏟고 있다.

NFB는 No Fuse Breaker.

퓨즈 없는 차단기다.

자동 차단기로도 불린다.

공식명칭은 MCCB(Molded Cased Circuit Breaker).

38개사가 형식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생산하는 곳은 CKS 제조 3사를 비롯
LG산전 대륙 동아전기 등 20여개사.

대기업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외국 기업도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후지등 6개사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CKS와 다른 점은 전원을 차단한 뒤 스위치만 올리면 다시 쓸 수 있다는 것.

퓨즈를 갈아 끼는 불편이 없다.

바이메탈식과 감지기를 이용하는 전자식이 있다.

바이메탈식은 과전류로 바이메탈이 구부러지면 스프링을 움직여 스위치를
떨어지게 해 전원을 차단한다.

한국전기연구소의 박성균 개발시험실장은 "부정확한게 흠으로 요즘은
감지기를 활용한 NFB가 많이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ELB(Earth Leakage Breaker)는 NFB에 누전감지 기능까지 추가한 전원
차단기.

전선의 피복이 벗겨 지거나 해서 전류가 새면 사람이 감전이 되거나 인접한
곳에 화재가 발생 한다.

이를 방지 하는게 ELB.형식승인을 받은 기업은 31개사로 NFB를 만드는
곳에서 대부분 ELB를 생산한다.

전선을 이루는 2가닥을 통해 나간 전류와 들어온 전류의 양을 비교,
누전여부를 감지한다.

NFB보다 30% 크고, 가격은 15% 정도 비싼 탓에 NFB와 혼용 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전체 전원 차단기는 ELB를, 부엌용 냉장고용 등 세부 전원 차단기로는 NFB를
쓰는게 한 사례다.

그러나 "인체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ELB 수요가 늘고 있다"(LG산전
전력기기 국내 영업사업본부 김기종 차장).

크기도 산업용을 중심으로 축소 바람이 불고있다.

설치하기 쉽게 착탈식으로 설계 한 ELB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도 없지않다.

절반 가격인 제품이 유통될 정도로 시장질서가 문란한 편.

품질이 엉망인 제품이 적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 스스로 안전성을 체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방법은 있다.

ELB에는 빨간색의 테스트 버튼이 있다.

이를 눌러서 스위치가 내려 가면 누전 차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 되는 것.

월1회 정도는 점검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