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계속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이달말로 1차 마무리를
앞두고 난관에 부닥쳤다.

특히 경기화학이 채권금융기관과 해당 기업과의 이견으로 워크아웃이
중단됨에 따라 워크아웃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을 추진중인 83개업체는 오는 31일까지 기업개선계획을 확정하기로
돼있다.

그러나 기업 채권단 금융당국 등은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가능한 기업을
제대로 살려낼 것이라는 당초 기대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부실의 씨앗만 키운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잘된게 없다는 불만에
더 휩싸이고 있다.

<> 워크아웃 추진현황 =금융기관들은 15일 현재 83개업체(주채무계열 43개,
기타업체 40개)에 대해 워크아웃을 추진했다.

이중 72개업체는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됐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이제 오는 23일 미주실업 등 미주계열 4개사,
오는 29일 신송식품 신송산업 등 2개사의 기업개선계획을 확정하는 것만
남겨 놓고 있다.

지금까지 워크아웃 기업에 나간 신규자금 지원(협조융자)규모는 1조1천억원
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된 곳중에서 부도가 난 곳은 아직 없다.

<> 추진결과에 대한 평가 =이해당사자들은 모두 불만이다.

기업은 자금지원을 받아 부도를 면했으나 워크아웃대상으로 결정된 순간
부터 온갖 악성루머에 시달리는 등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기업이미지가 실추되고 경영권까지 위협받게 됐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불만도 크다.

특히 담보를 많이 잡고 있던 채권금융기관은 워크아웃후에도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감자를 당한 주주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불평한다.

감독당국자들은 정부 개입에 대한 비난여론과 함께 훗날 무슨 책임을
뒤집어 쓸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은 워크아웃이 추진된 뒤에도 여전히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시한폭탄"으로 취급받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금융권여신은 무려 은행권 14조, 비은행권 16조 등
총 30조원에 달한다.

<> 시간이 흐를수록 꼬인다 =문제는 올들어 채권단과 기업간의 손실분담
원칙이 무너지는 등 워크아웃이 실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워크아웃기업들은 자금숨통이 트이자 경영계획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경기화학을 비롯 동화투자개발 영창악기 등은 대주주 노조 등의 거부를
이유로 기업개선약정서 체결시한을 넘겼다.

일부 워크아웃기업의 채권단은 이런 기업측의 시간끌기에 말려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개선계획에 감자나 출자전환이 없어 소유구조가 바뀌지 않는 워크아웃
기업들은 사외이사 사외감사를 선임하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은 돈만 지원해주면 되지 왜 경영에 간섭하려 하느냐는 것이다.

금융기관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 사외감사 자리를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자리로 악용하고 있다.

심지어 어려운 기업사정을 외면한채 지나치게 많은 보수까지 요구하고 있다.

기업개선계획의 잘못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부실덮기"에 급급한 은행과
기업도 생겨나고 있는 알려졌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