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5일 발표한 ''98년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동향''은 IMF시대
일반가정의 수입과 지출도 ''급격한 구조조정''을 거쳤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대부분 가정의 실질소득이 4~5년전 수준으로 감소했고 때문에 불요불급
한 소비엔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와중에 한국가정에선 좀처럼 줄이지 않는 교육비지출도 크게 감소했다.
대신 경제위기로 인한 물가상승과 세금인상으로 자가용 유지비와 조세납부액
등이 증가했다.
또 상위계층에 비해 저학력 저소득층의 소득이 훨씬 많이 줄어 사회적으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것도 특징이다.
<>먹고 노는 지출 크게 줄여 =지난해 가계소비지출중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은
피복과 신발 구입비다.
전년에 비해 무려 26.4%가 줄었다.
또 외식비(-23%)와 교양오락비(-22.6%)도 대폭 감소했다.
소비지출중 우선적으로 옷과 신발을 사고 가족들과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것 등을 크게 줄인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육비 감소다.
작년중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13만9천원으로 전년에 비해 6.8%(1만원)
줄었다.
교육비가 감소한 것은 지난 74년 오일쇼크 당시 2.7%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한국 가정에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교육비중에서도 과외비의 지출을 13.6%나 줄였고 대신 교재나 참고서를
사는 데는 지출을 1.8% 늘렸다.
물론 모든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전기.수도비는 8.2% 증가했다.
전기료와 수도요금이 모두 인상된 탓이다.
또 휘발유값 상승으로 자가용 유지비가 22.2% 늘었고 휴대폰 사용급증으로
인해 통신비도 19.9% 증가했다.
<>세금과 연금 납부액 늘어 =가계지출중 소비 성격이 아닌 지출은 소폭
증가했다.
세금이나 연금과 같은 비소비지출은 지난해 가구당 평균 23만8천원으로
전년대비 6.8% 늘었다.
세율인상으로 인해 자동차세 등 각종 조세납부액은 7만2천원으로 3.1%
불었고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납부액은 3만9천원으로 22.9% 증가했다.
지방이나 외국에 있는 가족친지들에 대한 송금 등 기타 소비지출은 평균
10만4천원으로 3.7% 신장했다.
어쨌든 총소득중 세금이나 연금료을 내고 남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지난해 59만7천원으로 전년에 비해 2.2% 감소했다.
<>빈부격차는 확대 =소득계층별로 가구 소득을 비교해보면 저소득층일수록
소득감소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소득 기준으로 최하위 20%계층에선 소득액이 17.2%
줄었다.
반면 최상위 20%계층의 소득은 0.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따라 최상위 20%계층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9.8%
로 전년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
10년전인 지난 88년(35.9%)에 비해선 3.9%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최하위 20%계층의 소득점유율은 7.4%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또 최상위 20%의 월평균 가구소득(4백24만4천원)은 최하위 20%(78만4천원)의
5.4배에 달했다.
한편 가구주가 사무직인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2백58만8천원으로 전년에
비해 5.0% 줄어드는데 그쳤으나 생산직은 1백75만3천원으로 11.2%의 감소율을
보였다.
학력별로는 가구주가 중졸인 가계의 소득감소가 19.8%로 대졸이상 학력
가구의 감소폭(3.5%)에 비해 훨씬 컸다.
저학력 저소득 생산직 계층이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였다는 얘기다.
<>젊은부부 소득감소 커 =가구주의 연령별로 소득추이를 보면 20대 연령의
젊은 가구 소득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가 25~29세인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지난해 1백79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12.2% 감소했다.
반면 30대 가구는 5%, 40대 가구는 4%정도 줄어든 데 그쳤다.
가구주의 연령이 낮을수록 소득감소폭이 컸던 셈이다.
이는 대개 맞벌이가 많은 젊은부부 가구에서 여성이 일자리를 잃은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명예퇴직의 주요 대상이었던 50대 가구주인 가구의 소득감소폭은
9%를 넘어 30대와 40대 가구주의 가정보다 타격이 컸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