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고원정(43)씨가 대하소설 "횃불"(해냄)을 출간했다.

19세기 후반의 암울한 역사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10권짜리
대작이다.

1~3권을 먼저 냈고 나머지는 연말까지 완간할 예정이다.

1849년부터 1900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기존 역사를 완전히
뒤집어 한국이 개화에 성공한 다음 일본을 침략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철종 초기 세상을 개혁하려는 인물들이 왕제를 뒤엎고 혁명을 일으키지만
실패한다.

그러나 살아남은 이들이 외국으로 망명해 대한제국의 근대화를 주도할
발판을 다진다.

개화파와 쇄국파의 사상적 대립을 거쳐 대한제국은 부국강병의 근대국가로
성장하고 한.일간의 역사가 반전된다.

이 작품은 작가가 밝혔듯이 "우리가 갖고 싶었던 역사"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씨는 몇몇 영웅에 의해 역사가 바뀌는 건 아니라며 "현실과 역사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깨어 일어날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물줄기를 틀수
있으므로 이 소설은 반영웅의 이야기이자 역설적으로 모두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90년대초 이와 비슷한 내용의 대하소설 "대한제국 일본침략사"를
한달에 한권씩 모두 48편 분량으로 내겠다고 공언했으나 11권에서 그친 적이
있다.

그가 두번째 시도하는 "거대한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