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or slow death)
지난 20일 신한은행 기흥연수원.
라응찬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3백20여명의 신한은행 간부들이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이색연수를 시작했다.
오전 8시 개강식.
대강당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공습 싸이렌 소리가 들리고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라크를
폭격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뒤이어 타이타닉호의 침몰직전 상황, 한국 축구팀의 참패 장면, 신미양요때
셔먼호의 공격을 받는 조선인들의 모습, 일본 야마이치증권이 도산한 후
사장이 눈물을 흘리는 인터뷰 장면 등이 이어졌다.
아무런 설명없이 연결된 장면들이었다.
그러나 위기에 대비하지 않고 스스로 자만하며 변화를 거부하다가 종말을
맞은 모습들의 연관성을 짐작케하려는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신한은행은 해마다 이처럼 연초면 이색적인 내용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91년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소매금융업무를 추진할 당시에는 "리테일
포장마차" 이벤트를 가졌다.
은행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만들어
부서장들을 대접했다.
권위적이 보수적인 은행 부서장들의 기존 관념을 깨기 위해서였다.
박수익 신한은행 인력개발실장은 "합병은행이 탄생하고 외국계 은행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은행권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올해의 주제인 deep change는 안주해선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주지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