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철강 동제품 등 산업용 기초 소재산업이 꿈틀하면서 내년 경기회복
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 철근 합판 등 건설용 소재산업은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공장가동에 필요한 산업용 소재판매가
활기를 띠며 제품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심지어 일부 품목의 경우 품귀현상
마저 빚고 있다.

자동차 및 가전제품 몸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냉연제품의 수요가 달리고
있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선재를 확보하지 못해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을
정도이다.

선박용 후판판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지난 11월중 포항제철의 내수출하량은 1백25만4천t
으로 10월에 비해 10%가량 증가했다.

반면 재고는 78만t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강재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일부 중간 유통상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구득난을 겪는 일도 잦다.

부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L금속 등은 선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포철은 최근의 제품판매증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내년에도 감산기조
를 유지할 방침이어서 수요업체 재고확보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업체도 11월부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64메가 D램의 경우 수출가격이 10~11달러에서 형성되면서 주문이 증가
하는데다 국내 판매도 활발한 편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PC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데다 재고가 소진되면서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경기에 민감하게 영향받는 동제품도 3,4달째 출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풍산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이후 월간 3천t까지 감소했던
동압연재의 내수출하량이 10월부터 4천t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이같은 증가세
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산업부속재로 많이 쓰이는 봉 로트제품과 스테인레스 박판 등도
IMF 이전의 판매수준을 회복했다.

이처럼 산업용 소재산업이 활기를 되찾는 것은 생산 및 수요업체 모두
재고조정을 마무리한데다 자동차 전자 선박수출이 늘면서 실수요도 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더욱이 금리하향세가 지속될 경우 경기회복을 염두에 원자재확보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학 산업자원부 기초소재과장은 "최근 내수주문이 늘어나 수출을
증대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산업용 소재생산이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멘트 철근 합판 등 건설자재수요는 좀체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시멘트업체들의 재고부담은 여전하고 대성목재 성창기업 등 합판생산업체들
은 일주일 평균 4일 근무체제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들어 계속 가격이 떨어졌던 철근의 경우 가격하락은 멈췄으나 판매는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

석유화학 화섬 직물 등 수출 주력 소재생산업체들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경기가 불투명해 체감경기가 썰렁한 편이다.

신원식 무역협회 상무는 "산업용 소재산업의 기지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
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수출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라고 강조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