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을 놓고 정부와 재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회생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방법론이 서로 다르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다.

이번 4개 업종 구조조정안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 예다.

정부는 "5대그룹의 경우 금융여건이 개선되면서 개혁을 어물쩍 피해가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가 너무 도식적인 잣대로 기업을 평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물론 경제정책을 꾸려가는 각료와 자사의 이익 극대화를 목표를 지닌
기업주의 입장차는 기본적이다.

그러나 이들을 더 벌어지게 하는 건 서로 다른 개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
이다.

우선 "구조조정"의 경우.

정부는 "구조조정=몸집줄이기"다.

돈을 넣는게 아니라 뺐어야 이게 이뤄진다.

사업구조조정위는 출자전환과 관련, "왜 5대재벌이 저질로놓은 부채를
우리가 갚아줘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논리는 전혀 다르다.

구조조정은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일인 만큼 돈을 집어넣은 조치가 필수
라는 설명이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대량실업과 연쇄부도는 금융지원이
있어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출"이란 용어에서도 입장차이가 확연하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지난 8월 7개 업종 구조조정작업을 시작하면서
"5대그룹이 이들 업체들은 퇴출시킨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뜻은 해당 그룹에서 완전히 "내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시장에서 완전히 소멸시켜도 되는 것으로 해석한 듯
하다.

사업구조조정위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 "금융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퇴출을 시사하는 듯한 평가를 내린 걸 보면 특히 그렇다.

뿐만 아니다.

정부가 "전가의 보도"로 들먹이는 "국가신인도"의 경우도 높이는 방법에서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5대그룹이 개혁에 소극적이어서 국가신인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며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신인도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개념이 다르니 생각이 달라지고 결국 서로 마주앉아서도 다른 얘기를 하게
된다.

올들어 다섯차례나 열린 정.재계간담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낸 일이 적지 않았던 것은 이런 "사소한" 것에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 ]

<>.구조조정

- 정부 : . 몸집 줄이기
. 재무구조 개선 중심
. 금융지원은 특혜
- 재계 : . 경쟁력 강화
. 미래사업성 중심
. 금융지원은 필수

<>.퇴출

- 정부 : . 청산 등으로 소멸되는 것
- 재계 : . 합병 등으로 회사가 없어지는 것도 퇴출

<>.외자유치

- 정부 : . 기업매각이 진정한 외자유치
. 과잉설비 팔면 외자유치 쉽다
- 재계 : . 지분유치 합작 등 다양한 방법
. 과잉설비 팔겠다고 하면 값만 떨어진다(비밀 유지 필요성)

<>.국가신인도

- 정부 : . 기업개혁이 빨라져야 신인도 높아진다
- 재계 : . 정부 개입하는 구조조정은 신인도 끌어 내린다

<>.빅딜

- 정부 : . 회사 대 회사의 맞교환
- 재계 : . 사업 맞교환(비즈니스 스와프)

<>.기업부채규모

- 정부 : . 지나치게 많아 경제위기 초래
- 재계 : . 현재 경제규모로 과다한 편은 아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