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너무 잘게" 일본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경기부양 정책을 쓸 시기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대책도 찔끔찔끔 시행돼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은 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이후 전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91년 이후 11만개 중소기업이 쓰러졌다.

일본정부도 지금까지 모두 64조엔을 퍼부으면서 경제살리기에 나섰지만
회복세는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장기침체는 정책 실패와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한 늑장대응 탓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수강화 정책을 펼쳤다.

국가재정이 취약해진데 따른 엔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정책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소비세율이 3%에서 5%로 오르고 2조엔대의 특별감세책이 폐지되자 개인
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것.

소비위축은 또다시 기업활동을 위축시켰고 경기침체의 골은 더 깊어졌다.

여기에 부동산가격과 주식.채권값이 급락하면서 파산하는 금융기관도 하나
둘씩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도 정책방향을 바꿨다.

지난 2월 개인소득세감면과 법인세율 3%포인트 인하등을 골자로 한 2조엔
감세대책을 내놓은 것.

다시 4월에는 16조6천억엔 규모의 재정투자 대책을 발표했다.

사회자본 정비에 7조7천억엔을 쏟아붓고 부동산거래활성화에 2조3천억엔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재정건전화대신 지출확대와 감세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로 경제정책의
틀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 경기후퇴의 가장 큰 원인인 소비위축을 되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식 "조금씩 조금씩"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7월 오부치 게이조 신내각이 들어서게 됐다.

새 내각은 경제회생을 위해 또다시 감세와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내년 1월부터 법인세율을 현행 46.36%에서 40%로 인하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을 65%에서 50%로 낮추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개인소득세의 경우 4조엔 가량 덜 내게된다.

고소득층의 소비를 이끌기위한 수단이다.

주택 융자자금도 감세대상에 포함했다.

또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하반기 10조엔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부족분은 적자국채로 메우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두번에 걸친 경기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본 경제는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리더십 불안에 따른 반사이익만 다소 얻고 있을 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대책이 사후 약방문이란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정부도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