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미 합의된 거래마저도 파기되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17일 김대중 대통령과 청와대에 건의한
"외국인직접투자 활성화를 위한 백서"를 통해 외국인투자현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장 로버트 펠톤(Robert Felton) 명의로 된 이 백서는
한국정부가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적절한 유인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경제회생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백서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자 권리장전"을
마련하고 노동법을 철저히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3백억 달러의 구제기금을 조성,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기업의 은행빚을
대신 갚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백서가 가장 심각하게 지적한 부분은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투자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발표로는 작년 12월부터 올 6월까지 합의된 외국인 직접투자 거래가
85억달러규모이나 이중 45억달러만 계약이 성사됐다고 맥킨지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나머지 계약이 완료되더라도 40억달러에 불과하며 상당부분은
여러 이유로 파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백서는 한국업체들이 수익성 없는 사업부문만을 처분하는데 관심을
보이자 외국기업이 한국시장을 포기하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또 미래수익가치보다는 투자비용을 중시하는 기업가치 평가방식의 차이도
외국인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맥킨지는 외국인투자 계약체결과정에서 이같은 이유로 15~20건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전에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시장개방폭을 넓힌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또 한국이 단기간내 막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성공하느냐
여부는 정부와 재벌의 태도가 얼마나 급진적으로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백서는 외국인 직접투자 활성화를 위해 1)노동법의 철저한 시행
2)구제기금을 통한 은행의 대손상각 지원 3)효과적인 파산절차 마련
4)국제적으로 신뢰있는 공기업 민영화추진 5)외국인투자자에 대한 권리장전
마련 6)외국인투자에 대한 유인제도 확대 7)외국인 투자 성공사례 홍보
8)한국에 대한 홍보강화 등 8가지 과제가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맥킨지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외국인투자 확대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어
보라는 요청을 받고 이 백서를 작성,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