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는 이번 5개 은행퇴출이 "최악의 시점"에서 결정됐다고 지적한다.

하필 "월말"에 "퇴출"이 겹치는 바람에 적어도 3백여기업이 연쇄부도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29~30일을 기준으로 어음을 발행해 월말이면 어음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것도 문제지만 퇴출은행을 통해 발행된 어음은 할인받기
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박상희 기협중앙회회장이 "이번 퇴출조치가 예금자보다 거래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영휘 한신알미늄가공사장은 지난 27일 대동은행을 통해 발행된 수취어음
을 다른 은행에 할인받으러 갔다가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번 퇴출은행에 대동은행과 동남은행등 중소기업 전담은행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충격.

이들은 약 6조원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실적을 가지고 있는데 중소기업
대출상품이 폐기되면 중소업체가 더 이상 자금조달처를 찾기가 어려워지게
돼서다.

대동은행은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중소기협중앙회 대구시 경북도 등에서
자금추천을 하면 연 1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왔으나 이를 인수하는 국민은행
이 이 자금을 대출해줄 순 없게 됐다.

동남은행도 <>중소기업구조조정 자금 <>시비중소기업육성자금 <>지역특화
산업지원 등 특유의 대출상품을 가지고 있었으나 주택은행이 이런 아이템
으로 대출을 해주는건 불가능해졌다.

더욱이 각은행별로 기업체 심사평가 기준이 약간씩 다르고 대출 항목별
금리도 달라 정부가 중소기업자금 지원을 강력히 지시해도 빠른 시일안에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유리제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사장은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이미 담보 재설정이나 추가입보를 요구할게 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퇴출은행으로부터 어음용지를 받아둔 지방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어음을
발행할 수 없게 된 것도 문제.

이에 따라 업계는 퇴출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선 1주일정도 부도를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협중앙회는 이번에 2개의 중소기업 전담은행이 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율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 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