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상반기 극장가엔 줄거리가 비슷한 두쌍의 영화가 선보여 화제다.

지난 20일 개봉된 "모스트 원티드"는 조직의 배신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
특수요원을 주인공으로 한 "도망자2"와, 다음달 3일 선보일 "아마겟돈"은
혜성 충돌이란 가공상황을 그린 "딥 임펙트"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들 영화는 한쪽이 대형배우를 내세워 스펙타클 액션을 보여준다면 다른
한쪽은 짜임새있는 줄거리로 승부수를 띠워 더욱 흥미롭다.

"모스트 원티드"와 "도망자2"는 헐리우드의 단골소재인 도망자 영화.

둘 다 흑인 남자주인공에 백인 여배우를 커플로 만들었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좌충우돌하는 "도망자2"에 비해 키넌 아이보리
웨인즈라는 신예를 내세운 "모스트 원티드"는 배우의 흡인력이나 볼거리란
면에선 아무래도 힘이 달린다.

그러나 속도감있는 액션과 탄탄한 에피소드들로 "깔끔하다"는 평을 받았다.

인류종말을 다룬 "아마겟돈"과 "딥 임펙트".

우주특공대를 혜성에 파견, 구멍을 뚫고 핵폭탄을 넣어 폭파한다는 발상이나
가족간의 사랑을 양념으로 가미한게 놀랍도록 비슷하다.

"아마겟돈"은 브루스 윌리스란 대형배우를 기용,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건달영웅"을 재현해냈다.

인기시리즈 "다이하드"의 배경을 우주상공으로 옮겨놓은 느낌.

반면 "딥 임펙트"는 카메라의 앵글을 배우보다는 지구종말을 맞은 인류의
혼란과 그 대응과정에 맞춰 보다 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우연의 일치이건 소재난이건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를 잇따라 맛봐야
하는 영화팬들은 개운치않다.

어느 작품이 마음에 드는가를 스스로 판단함으로써 자신의 영화취향을
가늠해 보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러나 영화사로서는 흥행경쟁 때문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먼저 개봉된 "도망자2"와 "딥 임펙트"는 각각 30만명과 60만명이란
동원기록을 세웠다.

작년 여름에도 비슷한 시기에 화산폭발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
"단테스피크"와 "볼케이노"가 개봉됐었다.

작품성에선 후자가 낫다는 평을 받았지만 늦게 개봉하는 바람에 흥행에서는
뒤졌다.

올해엔 지각생들이 얼마나 분발할지 궁금하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