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16일 "빅딜" 추진을 기정 사실화하자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나돌던 "설"들이 김 대통령의 한마디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빅딜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될 것이냐 뿐이다.

상위 3대그룹이 대형 사업을 서로 맞교환하는 "이벤트"가 열리고 이를
계기로 대기업그룹군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구조조정의 "태풍"이 재계에 몰아칠 것이란 얘기다.

경제단체들은 공식 논평을 내지않고 입을 다물었다.

기업들도 정치권의 진의를 파악하고 자사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느라 하루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긴장감 마저 감돌 정도였다.

모 업체 관계자는 "경제단체장과의 오찬간담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강도높은 기업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퇴출기업명단 발표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기업들은 처음부터 다시
액션플랜을 짠다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이같은 분위기는 이날 김 대통령의 발언 직후 나타난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동안 소위 "삼각 빅딜"의 대상으로 지목돼온 현대 삼성 LG그룹 등은
겉으로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공식 입장을 아직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듯했다.

대부분 "잘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정부가 요청해오면 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뭔가 알고
있어서 하는 소리는 아닌듯했다.

내부적으로는 "빅딜 이후"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내줄" 기업과 "받을" 기업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에 기획 및 재무부서
임직원을 전원 투입할 정도였다.

특히 빅딜이 가닥을 잡고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경우의 수를 따져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빅딜이 공식 발표되더라도 부채및 보증 정리와 인원
승계 등 문제와 관련한 해당 업체들의 승강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빠진건 빅딜 관련 그룹들뿐만 아니다.

대부분 대기업이 구조조정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짜기 위해 기획부서에
비상을 걸었다.

모 그룹 관계자는 "이번에도 가만 있다간 정부의 강제 구조조정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게 하위그룹들의 우려"라고 전했다.

비교적 건실한 상위그룹마저 빅딜을 강요받는 형편에 하위그룹들이 피해갈
곳은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래서 하위그룹들의 경우는 최근 모든 계열사를 없애고
주력사 몇개만 남기기로 한 효성이나 한일, 거평 등의 경우처럼 "눈에 띄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도 퇴출기업 명단 발표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빅딜로 시작된 구조조정 태풍이 이번 주 내내 맹위를 떨칠 것이란 얘기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