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의 정책혼선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책임자들이 모호한 지시를 내렸다가 번복하는가 하면
일방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가 해당업계의 반발을 사면 슬그머니 후퇴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금감위의 혼선은 이달말까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12개 은행에
대해 계획서 제출마감기한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증자 및
외자유치방안, 은행간 인수 합병(M&A) 계획을 담도록 요구한데서 나타난다.

재벌의 부채비율 감축문제와 관련해서도 금감위의 선명하지 못한 지침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금감위는 은행들이 재벌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거의 마무리해 가고
있던 지난달말 재벌의 부채비율을 내년말까지 2백% 이내로 감축하는 내용을
추가해 약정을 체결토록 요구했다.

그러나 재벌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발하자 금감위는 "부채비율을
국제수준으로 맞추지 않으면 정상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국내 은행간 합병의 주체로
7대 대형은행을 못박은 것도 정책당국 최고책임자로서 다소 무책임한 발언"
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는 서로간의 업무분장을 뚜렷히 했다고 주장
하고 있으나 금융기관들은 어느곳과 어떤 업무를 협의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