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용돈 2천원, 맥주 두병과 담배 한갑 그리고 엉덩이 걸칠 작은 의자
하나로 만족했던 시인 천상병.

마치 "소풍" 온것처럼 살다 간 그의 삶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극단 아미가 그 해답을 찾아 나선다.

아미는 15~26일 천시인의 예사롭지 않은 삶을 그린 연극 "천상의 시인"을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천시인의 5주기를 추모하고 "천상문학상"제정 기금마련을 위한 이번 무대는
그의 "인간적 삶"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세상이 말하는 기인 또는 천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게 아니다.

자연인이기를 추구했던 그의 삶을 통해 산다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되새길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연출가 이재상)

극은 고인이 된 천시인이 노래를 잘하는 저승사자 "가수"의 인도로 삶의
반려자였던 목순옥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문단 데뷰시절, 목순옥과의 인연, 동백림사건과 고문, 어린이로 돌아간듯한
말년의 모습 등 25장면이 이어진다.

천시인(강태기), 가수(장두이), 김관식(박경근)의 3각구도가 극전개의
중심축.

가수는 이미 초월한 천시인의 분신이며 김관식은 치열하게 부딛쳐 일상을
바꾸고 싶은 천시인의 내면세계를 대변한다.

빠른 장면전환과 음악, 유희적 요소를 적절히 배치, 전기적 성격의
작품에서 흔히 보여지는 지루함을 극복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천상병 "귀천").

마지막 대사를 시로 대신하는 천시인역의 강태기는 "관객들이 모두 시인이
되겠다고 할까봐 겁난다"며 웃었다.

원작 조광화.

매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문의 745-5127.

< 김재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