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대통령의 상도동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두 진영은 17일 낮 서울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화추진협의회 14주년
기념식 준비를 위해 모였다.

최근 한나라당 홍인길 전의원 백씨상때 "공조"를 과시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이날 회동은 단순한 기념식 준비모임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특히 국민회의 자민련 국민신당이 올 6월 지방선거에서의 ''연합공천''을
매개로 정계개편을 추진중이라는 설이 확산되는 등 정치권 대변혁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볼 때 예사롭지 않은 모임이라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의 면모를 보더라도 상당한 무게가 실려있다는 것.

동교동측에선 김상현 남궁진 김옥두 이협 의원과 한광옥 전의원이,
상도동쪽에선 신상우 김덕룡 김명윤 박종웅 김무성 의원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기전 이들이 나눈 대화에도 의미심장한 대목들이
눈에 띄었다.

김덕룡 의원이 농반진반으로 "신당창당 발기대회 같다"고 이날 모임에
의미를 부여하자 다른 참석자들은 "나쁠 것도 없지 뭐"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에 한 의원은 "창당이란 이렇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게
아니냐"고 거들었다.

특히 김의원이 동교동측 참석자들에게 "다 훌륭한 분들인데 입각을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하자 김상현 의원은 "참고 지내는 자에게 복이 있다"
면서 "지난 대선때 관권 금권개입을 없앤 것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최고 치적"
이라며 상도동측을 추켜세웠다.

오찬모임직후 양진영은 논의내용을 묻자 "오는 5월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에서 민추협 14주년 기념식을 갖기로 했다"고만 밝히고 정치적 의미는 부여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