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끼리 중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복잡하고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대덕의 국립천문대는 지난 94년 미국 오토스코프사에서 지름 1m급
전자동광학 천체망원경을 들여와 천문대옥상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설치하고보니 50만달러나 들인 첨단망원경이 작동되질 않았다.

수차 고쳐달라 요구하던중 제작회사가 망해 버리자 천문대는 천체망원경을
중개한 두일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신청을 96년8월
대한상사중재원에 냈다.

천문대측은 상공부 상역국장을 지낸 고석윤 변호사(70.삼성합동)가 맡았다.

고건 전총리의 형인 그는 고희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퍼상이 고장난
망원경을 공급한 잘못을 따지며 맹공을 폈다.

두일산업쪽은 법무법인 세종에서 오종한 최명호 변호사가 구입당시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천문대측이 승인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천문기상학과교수 등 전문가와 함께 중재인으로 나선 충정의 황주명
변호사는 손해배상청구액 38만달러의 절반가량인 20만달러를 두일산업이
내도록 판정했다.

두일산업이 조달청과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고장난 천체망원경을
공급한 책임을 지도록 하되 천문대 역시 검수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중공업은 지난9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담수발전소 건설사업을 벡텔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 95년 착공했다.

한중은 철구조물 제작을, 벡텔은 조립 설치를 맡았다.

국내업체인 대륭이 한중으로부터 발전소보일러지지용 철구조물제작을
하도급받아 제작했다.

그런데 벡텔이 16m짜리 구조물을 조립하다가 이를 뜯어내야 하는 사고가
생겼다.

96년 가을 한중은 하도급자인 대륭에 대해 8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신청을 냈고 대륭은 공사지연에 따른 영업손실을 이유로 60억원의
반소를 제기했다.

한미합동의 이문성 김상곤 변호사가 한중을 대리했고 대륭은 경주에서
개업하고 있는 이수환 변호사가 맡았다.

이문성 김상곤 두 변호사는 대륭이 철골제작에 사용한 부재가 부실했다고
공격하고 있고, 이수환 변호사는 조립을 맡은 벡텔의 잘못이라고 이를
미루고 있다.

한미합동측에서는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만약 대륭의 잘못이 없다고
판정이 나면 한중이 벡텔을 상대로 다시 중재신청을 낼 판이다.

원래 계약서에는 중재조항이 없었으나 당사자간 합의로 중재절차에 들어간
특이한 사례다.

올 7월 중반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친척회사간에 분쟁이 생기면 난감하다.

이때 중재는 요긴한 해결수단이다.

지난 95년 H중공업은 강원도 평창군에 시멘트원료적재공장을 지을때 설계를
형제기업인 H엔지니어링에 맡겼었다.

그런데 건물이 붕괴되자 책임소재를 놓고 양측이 격돌했다.

아람국제의 손경한 변호사가 중공업을 대리했고, 엔지니어링은 부장판사를
지낸 정태웅 변호사가 맡았다.

쟁점은 붕괴의 원인이 설계잘못이냐, 아니면 시공잘못이냐 하는 것.

96년 당사자간 합의로 중재신청을 냈다.

의장중재인인 이세중 전 대한변협회장은 김문환 서울대공대교수, 모건설회사
전무와 사건을 협의해 지난해 9월 H엔지니어링에 대해 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승부는 났지만 형제기업간 분쟁을 비공개리에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

< 채자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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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회로 기업변호사 시리즈를 마감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