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IMF한파로 전체 병원의 20% 이상이 문닫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에
빠져있다.

리스로 들여온 의료장비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의료용구및
의약품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비현실적인 의료보험수가는 폭등하는 물가와 고정비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은 태산같은 걱정에 앞서
작지만 단단한 실천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

전직원의 자율적 참여로 병원경영의 거품을 걷어내고 환자중심 병원을
만들겠다는 하권익 병원장을 만나 최근의 의료대란설을 무색케하는 시원한
얘기를 들어봤다.

-병원경영이 무척 힘겨워졌지요.

이를 극복하는데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입니까.

"병원경영을 어렵게 하는 것들로 낮은 의료보험수가나 의료장비의 환차손
폭등을 꼽기에 앞서 의료계를 묶고 있는 관치행정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의료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보건당국은 지금도 20년전의 잣대로
의보수가를 묶고 이미 보편화된 첨단치료법을 과잉진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학을 발전시켜 무병건강한 사회를 이루려는 의료인의
사기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규제보다는 의료계의 자율적인 적응을 통해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돼야
할 것입니다"


-IMF상황으로 병원의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데요.

"우리병원의 예를 들면 개원이후 의사나 간호사가 지나치게 극진하다는
평을 들어올 정도로 환자를 대해왔습니다.

IMF상황에도 불구하고 감원이 없다고 직원들에게 확신을 줬기 때문에
오히려 직원의 사기와 서비스 질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경영환경이 악화됐다고 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말이 안되죠.

결국 환자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의료재료가 바닥나는 극한상황이 아닌
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수 없다고 봅니다 "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자체개발한 국산의료용구 전시회를 가져 호평을
얻었죠.

"IMF체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의료용구의 국산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의사들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산제품을 쓰면 시술할때 부작용이
날까봐 꺼리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의식을 타파하고 의료용구개선을 위해 틈틈이 궁리하라고
의사들에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외국산 의료용구를 이번에 전시된 국산으로 대체해 두달만에
2억원을 절감했죠.

앞으로도 2백여 품목의 의료용구를 국산화할 계획입니다"

-활기찬 병원을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찬찬찬운동, 스누피운동, 다이어트98운동을 전개하고 있죠.

기회있을때마다 하루에 3번이상 칭찬해줘 화목한 병원을 만들고 이를
환자만족으로 승화시키자는게 찬찬찬 운동입니다.

스누피운동은 간호사들이 사소한 의료소모품부터 아껴쓰고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 시간을 늘리자는 운동입니다.

다이어트98운동은 각 부서가 경비절감과 경쟁력제고 방안을 자율적으로
입안해 실천하는 전사적인 노력입니다.

이 덕택에 저비용 고효율에 신바람나는 병원이 돼가고 있습니다"

-의사로서 어두운 시대상황에 맞는 건강조언을 해주십시오.

"위기에 닥치면 정공법으로 대처하고 기탄없는 대화를 통해 가족간의
유대를 다져나가는게 중요합니다.

이럴때일수록 체력단련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패배의식을 극복해나가야할
것입니다.

IMF때문에 회식과 술자리가 줄어 성인병이 예방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정종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