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예쁘고 달콤한 후식을 만들어주고 늘 미소짓는 상냥한 어머니,
실직 위험에 처한 남편에게 "모아둔 돈이 있다"며 위로하고 의연함을 잃지
않는 강한 어머니, 어떤 상황에서도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따스한 어머니.

"마르셀의 추억"(원제: 엄마의 성, 감독 이브 로베르)은 한없이 넓고
포근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그린 영화다.

97년 여름 개봉된 "마르셀의 여름"(원제: 아버지의 영광)"의 후편.

프랑스작가 마르셀 파뇰의 연작소설 "어린시절의 추억" 전후편을
영화화한 것으로 내용이 연결돼 있다.

"마르셀의 여름"은 "전능한 아버지"라는 환상을 깨지만 "마르셀의
추억"에서는 자애롭고 현명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끝까지 가지고 간다.

단지 에필로그에 "인생이란 그런 것! 기쁨은 잊을수 없는 슬픔으로 인해
쉽게 사라져간다.

그렇지만 이런 진실을 아이들에게 미리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나레이션을
넣어 달콤하지만은 않을 현실을 암시한다.

배경은 프랑스 남부.

교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3형제로 이뤄진 마르셀네 가족은
주말마다 시골별장에 놀러간다.

오래된 성과 농장 등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때문에 몰래 수로를 가로질러
가던 가족은 어느날 감시인에게 들켜 아버지의 실직 위기를 맞는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삶은 즐거운 피크닉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나타리 루셀은 감독이 마르셀 파뇰의 어머니 사진을 들고 지방극단까지
쫓아가 발탁했다는 배우.

이 영화를 통해 "최고의 어머니역"으로 부상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4백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샌프란시스코 가족영화제
(그랑프리)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24일 호암아트홀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