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도 첨단이 아니면 이길 수 없다"

이번 15대 대통령선거전의 가장 큰 특징은 각종 정보통신 매체를 적극
활용한 첨단 유세전이라는 점.

PC통신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셀룰러폰에다 최신 PCS(개인휴대통신)단말기 등으로
중무장한 선거운동원들이 유세장마다 배치돼 지시사항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풍경은 정보통신시대의 또 다른 선거전 양상이다.

또 각 선거본부측에서는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멀티미디어기기 동원
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20일동안 임대하는데 대당 6천6백만원을 호가하는 야외 멀티 시각장치인
점보트론(Jumbotron)을 비롯 멀티큐브(Multicube), 이동식 전광판 등 첨단
멀티미디어 장비들이 유세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15대 대선에서는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유세전"이 확실히 대선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평.

각당 후보들은 지난달초 4대 PC통신의 "사이버 토론회"에 참가, 젊은
네티즌들의 표심을 훑기 위한 정책대결을 벌였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생중계된 이 토론회에는 수십만명의 네티즌들이 관람한
것으로 추정돼 사이버 유세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또 각당에서는 PC통신및 인터넷 전담반을 설치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거홍보전을 펼쳐 본격적인 "사이버크라시 시대"의 도래를 시사.

가장 눈에 띄는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곳은 김대중 후보진영.

20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선대위내 컴퓨터통신대책반과 자원봉사단인
"캠프파랑새" 소속 PC통신반에 80여명이 배치됐다.

PC통신 게시판 관리를 맡고 있는 캠프파랑새의 PC통신반에서는 지난주부터
13회분량의 "파랑새는 있다"라는 제목의 연재물을 게재하기 시작.

이 연재물은 최근 막을 내린 모방송국 주말드라마를 패러디한 것으로
주인공과 후보자의 캐릭터를 연계시킨 재미있는 스토리로 네티즌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선거 전날인 18일까지 연재될 예정.

컴퓨터통신대책반에서 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www.new97.or.kr)에서는
김후보의 유세장면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재연하는 한편 전자앨범을 발간,네
티즌들에게 친근한 이미지 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김후보의 건강진단서도 공개, 상대후보들의 공세에도 적극 대처하고
있다.

컴퓨터통신대책반의 박성수 실장은 "PC통신과 인터넷 홍보를 통해 김후보가
실제 20만~30만명의 유권자와 악수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체분석.

이회창 후보 진영의 사이버홍보 대응책도 만만찮다.

한나라당내 사회개발연구소 전산국에서는 지난해말부터 인터넷및 PC통신을
위한 자체 서버를 구축해 놓고 본격적인 사이버 홍보전에 나섰다.

PC통신(go hannara)에서는 후보 프로필과 당규 당헌 등을 소개하고 있다.

PC통신은 인터넷과 연동되도록 해 네티즌들이 쉽게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버캠프"(www.hannara.or.kr)에 들를 수 있게 했다.

깨끗한 정치를 외치는 만큼 홈페이지 디자인도 깔끔하고 내용도 충실하다는
평.

하루 평균 1백여명이 들러 지지발언이나 정책제안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과 국민회의에 비해 국민신당은 사이버 유세전에 뒤늦은 모습.

때문에 선거대책본부내에 전자홍보국을 설치하고 PC통신(go inje 97)과
인터넷(www.npp.or.kr)을 통해 다른 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성의있는 일꾼임을 보이기 위해 전자우편을 통한 질문이나 정책제안에
대해서는 전자홍보국 직원들이 꼼꼼히 답장해 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측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급증추세에 있는 네티즌들에
쉽게 다가설 수 있고 <>"미래지향적"인 후보자의 이미지도 심을 수 있어
이번 15대 대선을 전후로 국내에도 사이버 선거전이 확실히 자리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