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영업현장에서 고생하다 돌아온 사원에게 판매일지를 쓰라고 하면
신경질부터 낸다.

"물건을 많이 팔았으면 됐지, 일지는 무슨 일지냐"라며 그냥 퇴근하려 한다.

이럴 땐 정말 난처하다.

그러나 사장은 그 영업사원을 그냥 퇴근시키면 곤란하다.

저녁을 좀 사주더라도 잘 달래서 일지적는 습관을 가지게 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서류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서류란 가능한한 줄이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서류가 꼭 업무실적을 떨어뜨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높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업무일지를 쓰지 않고 영업사원을 관리하는 업체라면 오늘부터
일지를 만들어 꼭 적고 나가게 해보라.

시간별 방문처와 방문목적만이라도 적고 나가게 해보자.

돌아온 뒤엔 간단한 판매일지를 다시 적게 하자.

1주일만 지나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게으르기로 유명한 몇몇 사원들의 실적이 갑작스레 상승된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서류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영세기업을 운영하더라도 필수적인 서식은 잘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판매 수금 출장 주문 견적등 돈과 관련된 서류는 각회사의 여건에
맞게 고정된 서식으로 만들어 놔야 한다.

일단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서류관리부터 점검해보자.

먼저 관리부서로 가서 문서접수대장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문서접수 대장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으면 돈될 만한 주문이 묶여버릴 수도
있다.

발송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회사가 요즘 문서수발과 대장작성 업무에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쓴다.

이로 인해 접수대장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류가 잘못돼 중요한 주문을 제때 접수하지 못하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일련번호와 접수일자 처리부서만큼은 꼭 적도록 이들을 훈련시키자.

요즘 중소기업에 필수적인 서류는 대부분 컴퓨터 소프트웨어패키지로 개발돼
있다.

이들 패키지를 사서 입력해두면 손쉽게 관리할수 있다.

그런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으로서 꼭 갖춰야 할 서식은 다섯가지
이다.

첫째 현금예금일지이다.

이 일지는 당좌자산과 고정자산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물론 고정자산은 변동이 없는 날은 그대로 두되 당좌자산은 현금과 예금으로
나눠 매일 그날의 잔액을 체크해야 한다.

둘째는 주문현황표이다.

주문현황은 의뢰처 제품코드 의뢰량 생산지시량 등을 매일 적어야 한다.

셋째는 재고일지이다.

그날의 일을 마감하면서 제품코드와 수량을 기재한 뒤 퇴근토록해야 한다.

넷째 업무일지와 판매일지다.

업무일지는 업무부서에서 그날의 방문처와 업무결과를 적는 일지이며 판매
일지는 방문처 판매량 단가 할인여부 수금 배달등에 관한 사항을 적는 것.

다섯째로는 고객관리일지이다.

돈을 벌게 해주는건 역시 고객이란 점을 명심하자.

매일 물건을 사간 사람의 주소 연령 전화번호 판매날짜 등을 꼭 적어서
정리해놔야 한다.

컴퓨터로 입력해두면 필요할때 즉시 그 고객의 신상명세를 알아내 적절한
영업을 할수 있다.

출장복명 교통비지출 접대비지출 등도 서식을 만들어 챙기는 것이 잔소리
하기 보다 훨씬 낫다.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