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융단의 부실기업처리방향이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막무가내식으로 부도처리나 법정관리를 고집했다.

그러나 해태그룹 처리과정에서는 구시대적 관행으로 치부되던 "협조융자"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쌍방울그룹처리도 최대한의 인내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태일정밀의 경우에서는 기아그룹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폐기처분한 "부도
유예협약"을 적용하는 "관용"을 베푼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이처럼 채권단의 처리방향이 상당히 유화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기업
부도가 계속됐다가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공멸할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
하고 있으며 <>회생가능한 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부도로 내모는데 따른
부담감이 상당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호남기업처리에 최대한의 협조를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그동안의 기업부도여파로 은행 등 금융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진로 대농 기아사태로 무더기 부실채권이 발생, 하나은행 등 몇몇 은행을
제외하곤 적자결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종금사들도 자기자본 전액잠식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실정에서 기업부도가 계속될 경우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절박감은 조흥등 8개 은행이 해태그룹에 5백47억원의 협조융자를
긴급히 실시키로 합의한데서도 여실이 알수 있다.

해태그룹마저 잘못되면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현실론이 작용했다는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이들 기업이 채권단에 상당히 협조적이었고 담보도 충분하다는 점도
채권단의 자세를 변화시킨 요인이다.

해태그룹의 경우 자금난이 발생할때부터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등 최대한
의 성의를 표했다.

쌍방울도 무주리조트매각을 추진하는 등 성실한 자구자세를 보였으며
담보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쌍방울과 해태가 공교롭게도 호남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례적 관여"
도 한몫했다.

이는 쌍방울그룹이 1차부도를 낸 지난 10일 정부가 어음을 교환에 돌린
미국의 BOA(뱅크오브아메리카)측을 설득해 대신 입금한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또 해태에 대한 협조융자도 정치점부담을 감안한 청와대와 정부의 "으름장"
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이같은 태도는 기아사태처리와 대비돼 불평등이라는
비평도 받고 있다.

채권단은 기아에 대해서는 초지일관 "법정관리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쌍방울과 해태에 대해서는 각각 "화의수용"과 "협조융자"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채권단의 부실기업처리방향선회가 즉흥적이고 따라서 특혜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