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한 해외조달시장의 입찰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결이 무엇일까.

연간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조달시장을 넘보려면
무엇보다 현지에 인맥을 구축해 사전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능력있는 에이전트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지 구매기관을 상대로 로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에게 신뢰를 쌓아 지속적인 거래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5월부터 28개국의 해외조달시장에서
성공한 분야별 사례를 집중 분석한다.

<> 현지인맥구축을 통한 정보의 조기입수 사례 =선경은 지난 90년
미 군용PX에 비디오테이프 납품을 추진하기 위해 군납전문사인 콜로니그룹을
에이전트로 선정했다.

선경은 현지 에이전트가 인맥을 통해 입찰공고 1주일 전에 수집한
입찰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입찰서류를 준비했다.

에이전트와는 계약금의 3%를 커미션으로 지급키로 계약을 맺었다.

처음에는 적자를 감수한 낮은 가격으로 입찰가를 써내 응찰할 수 있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구매기관을 관리해 96년에는 오키나와기지는 물론
주한미군, 미 육해공군 PX에 4억달러규모의 비디오테이프를 납품하게 됐다.

올들어 미국의 푸투리트사가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스티커 입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공사에 근무했던 직원을
영입해 조달정보를 조기에 입수하고 철저히 진출전략을 세운데 따른 것이다.

통신기기등을 생산하는 미국의 테케렉(TEKELEC)사의 경우는 일본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모든 임직원을 일본 통신회사출신으로 뽑아 입찰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일본전신전화(NTT)와 문부성입찰에서 성공한 사례로 뽑힌다.

<> 에이전트성공사례 =일본계 싱가포르 기업인 JMS사는 요르단에서
에이전트의 중요성을 파악, 의료용품 수입전문회사인 ADS사를 에이전트로
선정, 96년 요르단 국립혈액은행 혈액백입찰에 성과를 올렸다.

ADS사는 발주기관의 요구를 면밀히 분석해 이를 반영한 제품을 납품업체에
요구하기도 했다.

필리핀 전력공사가 지난 94년 발주한 전기 유도전동기입찰에 일본의
도시바가 낙찰될 수 있었던 것도 에이전트인 M사 사장이 20여년동안
전력개발공사 담당자들과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온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입찰심사과정이 불투명한 후진국의 경우 외국 공급업체로서 하기
어려운 로비활동까지 맡기는게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 현지 신뢰구축사례 =한국중공업은 지난 84년 사우디아라비아 업체가
발주한 담수청 공사를 하청받아 하던중 발주업체가 도산했는데 불구하고
공사를 마쳐 원발주기관인 담수청으로부터 높은 신용을 얻어 93년
4억7천만달러규모의 담수공장 프로젝트에 낙찰됐다.

시리아 국영통신사의 전화교환기 입찰때 삼성물산의 입찰조건이
좋았는데도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유찰되자 삼성은 현지 관계자들을
국내에 초청, 공장을 보여주는등 신뢰를 쌓아 4년만인 95년 2천8백50만달러
규모를 수주하는 끈기를 보여줬다.

특히 일본업체들은 후진국에 사회공익활동을 펼쳐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발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는 경우가 많다.

< 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