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전화선으로는 최고 속도로 알려진 초당 56K비트의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초고속 팩스모뎀이 잇따라 선보이는 가운데 "56Kbps 모뎀은
시기상조"란 지적이 일고 있다.

아직 56Kbps 모뎀에 대한 국제 표준이 확정되지 않아 국내 PC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서비스 지원 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늦춰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승통신이 US로보틱스사의 56Kbps 급 팩스모뎀인 "US로보틱스 X2"
완제품의 국내 공급에 나선데 이어 한솔전자도 록웰사의 모뎀칩을 채용한
"인스타포트 56K PnP"를 시장에 내놓았다.

또 가산전자 피씨라운드 자네트 맥시스템 제이씨현시스템 등 모뎀 제조
업체들도 56Kbps급 모뎀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대해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는 이 모뎀을 PC에 장착해도
28.8Kbps나 33.6Kbps의 속도를 즐기는데 만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콤의 PC통신서비스인 천리안의 백동환 과장은 "56Kbps급 모뎀
사용자를 위해 장비와 시스템을 전환하는데는 수십억원이 든다"며 "아직
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지원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커 올해
말께나 56 2Kbps급 회선을 신설하고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통신도 올해말 56Kbps급에 대한 서비스에 나서고 당분간은 33.6Kbps급
서비스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PC통신의 하이텔이나 나우콤의 나우누리 및 삼성SDS의 유니텔 등
PC통신업체와 대부분의 ISP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다만 중소ISP인 제이씨현 엘림네트와 넥스텔 정도가 US로보틱스 모뎀을
이용한 56Kbps 지원 장비 및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시험중이다.

현재 세계 모뎀 시장을 주도하는 록웰사와 US로보틱스사(최근 3Com으로
합병)는 각각 "K56"과 "X2"란 상호 호환성이 없는 모뎀 규격을 내놓고
치열한 표준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특정 규격을 채택하는데 따르는
위험을 피해 표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 이후에나 56Kbps급 회선
서비스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양사의 표준싸움을 관망하는 실정이다.

56Kbps급 모뎀 구입을 늦춰야 하는 이유는 모뎀 가격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내 모뎀 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56Kbps급 내장형 모뎀의
현재 가격은 33.6Kbps급 모뎀의 2배수준인 18만원선(권장소비자가격 기준).

이 모뎀 가격이 10만원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말이 구입
적기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컴퓨터 전문가는 "기존 저속 모뎀을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 56Kbps
초고속모뎀 구입을 고려해야 하지만 28.8Kbps나 36.6Kbps급 고속 모뎀
사용자는 구입을 하반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