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 "김일성" 등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한국현대사를 집중분석한 새 저서를 펴냈다.

"한국의 양지-한국현대사"(원제 Korea"s Place in the Sun-A Modern
History)"가 바로 그것.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몇 안되는 한국전문가로서 한반도내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남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조명해 국내
사회과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이 책에서도 일관되게 전개된다.

그에 따르면 남한의 왜곡된 정치구조는 상당부분 미군정에 기인한다.

미군은 소련과의 연립과도정부수립을 반대하고 남한단독정부를 세워
결과적으로 한반도통일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군은 또 친일파 인사를 단독정부의 각료로 대거 등용, 일제 식민잔재
청산을 늦추게 만들었다.

소련은 상대적으로 책임이 덜하다고 커밍스 교수는 주장했다.

민족영웅이 되기에는 자질이 부족한 김일성을 1인자로 부각시키긴 했지만
48년 토지 노동 여성 등의 전근대적 분야에 대한 개혁작업을 도와
주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남한의 경제발전에 대한 그의 시각 또한 색다르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원조로
가능했다는게 미국 학계의 일반적 시각"이라며 "그러나 50~60년대 남한은
이미 노동자 학자 관료 등 각 계층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어 한강의
기적은 필연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란처럼 위험한 나라는 아니며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는 신유교주의 왕국"이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는 커밍스교수가 이 책에서 몇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경제가 최근 구조조정에 실패,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과 북한의 독재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