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선 < 비뇨기과의원 (서초구 서초동) 원장 >

발기부전은 성행위시 음경이 단단해지는 정도가 남녀모두 만족스러운
상태에 이르지 못하거나 충분히 단단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 성행위중 25%를 넘을때를 말한다.

이가운데 순전히 심리적 요인으로 발기장애가 생기면 "심인성 발기부전"
이라고 한다.

40대초반의 L씨가 약6개월전부터 부인과의 잠자리에서 발기가 잘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꺼냈다.

부인은 1년전에 산부인과에서 외과적수술을 받고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터였고 이후 남편의 성적요구를 거절하는 경향을 띠었다.

그래서 다른 직업여성과 한차례 성적 접촉을 갖게 됐는데 이후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몹시 불안한 상태에서 발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채 너무 빨리 사정해
버린 것이다.

수치심을 느꼈고 이후 다른 여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은밀하게 두어차례
테스트해봤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터 성행위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고 부인을 향한 성적요구와 함께
자신의 발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최근에는 정기적인 부인과의 성관계마저 의무감만 앞서고 불안감 때문에
발기부전이 거듭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L씨의 경우에서 보듯 "잘 안되면 어쩌나"하는 "바람앞의 촛불"같은
마음이 발기를 어렵게 한다.

발기도 배뇨나 소화작용처럼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생생한 20대가 아니라면 과음 과로 지나친 흡연후 심리적불안을
느낄때면 누구든지 자율신경계의 피로와 교란으로 발기부전이 올수 있다.

일시적으로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수치심이나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발기부전을 오도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남성은 발기가 성행위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전제요건이기 때문에
성행위의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남성에게만 있는 것처럼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아무때나 마음먹은대로 즉각 발기하고 또
오랫동안 발기상태를 유지할수 있어야 한다"는 남성다움에 대한 그릇된
성적 신화가 널리 믿어져왔다.

이런 심리적 부담감때문에 적잖은 남성이 일시적인 발기장애를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수치감에 빠지고 있다.

다양한 심리상황이 발기부전을 초래한다.

성행위시의 지나친 긴장, 상대방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과다한 사명감,
성행위에 대한 죄의식과 심리적 갈등, 음경왜소콤플렉스, 이전의 실패
경험을 지나치게 의식해 생기는 불안감 등이 그런 원인들이다.

따라서 이런 심리상태를 만성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게 필요하며 간단한 검사와 투약 및 주사에
의해 손쉽게 치료될수 있다.

L씨의 경우는 진단후 심인성 발기부전으로 진단받고 약을 먹고 요도내에
발기유발액을 몇차례 주입했더니 예전처럼 건강한 상태로 회복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