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선물시장은 "외화내빈"이었다.

거래량이 많아 외견상 성공적인 것으로 비춰지나 투신 보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사실상 껍데기 시장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상품주식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시가회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선물거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관들로 하여금 선물시장을 활용토록 하고 나아가 재무상태를 건강
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가회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선물시장이 개설된 지난 5월이후 선물거래량과 미결제
약정 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5월 3천4백73계약에서 12월에는 4천3백36계약으로
늘었다.

12월말까지 8개월동안 일평균 거래량도 3천6백70계약으로 세계주요국의
초기시장과 비교하면 주간거래규모 수준이었다.

미결제약정 수량 역시 5월말의 2천54계약에서 12월말 4천9백8계약으로
2배이상 늘어났다.

유동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

그러나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증권사들이 자기계산으로 사고 파는 매매가 전체의 81.4%나 된다.

투신(0.5%) 보험(1.5%) 은행(1.4%) 일반법인(1.0%) 종금 연기금 등 기타기관
(0.2%) 등은 합쳐도 4.6%에 불과하다.

지난 95년말 현재 이들의 보유주식비중이 50%를 넘고 5월부터 11월까지
현물시장에서 이들의 거래비중이 전체의 12.9%인 점을 감안하면 선물시장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선물시장은 사실상 기관들을 위해 개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선물시장을 이용해서 미리
팔아 하락위험을 피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개장됐다.

그럼에도 기관들의 참여가 부진, 선물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차익거래가 충분하지 않아 선물가격과 현물가격간의 괴리현상도 자주 발생
했다.

대우증권 등 9개사만이 차익거래를 했으며 차익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0.4%에 그쳤다.

지난 6, 7월과 9월에는 선물이 크게 저평가돼 근월물가격이 KOSPI 200보다
낮아지는 벡워데이션 현상도 발생했다.

12월물 결제일인 지난 5일의 주가폭락 사건은 선물시장이 현물에 미치는
효과를 배우게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한국시장을 떠나려는 모 외국펀드가 현물시장에서 주식을 내다
팔 경우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2월물 선물을 미리 매입
한후 결제일을 택해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털어버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일은 선진국에서 수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앞으로 옵션시장까지
개설되면 매달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수 있다는게 삼성증권 신영석 선물팀장의
설명이다.

선물시장에 기관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시가회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동양증권 김선영 상무는 "선물은 시가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현물은 아직
장부가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장부상 손실을 꺼려하는 기관의 경영진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최순식 부장은 "매도차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아야 하나 평가손실이 난 현물을 팔기 힘들다"면서 차익거래의 한계를
털어 놓는다.

모두 상품주식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정부가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상품주식 평가손실 반영비율을 낮추고
있으나 이는 건전한 경영을 외면하는 것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