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 한외종금 M&A팀 부장 >

대만 친구 K의 의사 결정 방식은 매우 동양적이었다.

어떤 투자 사업의 사례 분석 때 서구 학생들은 모두 대체안을 비교하여
최대의 이익을 가져오는 방안을 선택하였으나 K는 수익률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이 위협받는다면 고려조차 하지
않겠다는 결정 방식을 고수하였다.

주요 위험 요소로서 정치적 위험이나 환위험의 노출 외에도 해외
기업인수는 제반제도 소비자 기호 및 여론 등에서 발생하는 외국비용을
인수기업이 추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 인수에 비해
보다 많은 위험 프리미엄이 요구된다.

이번 대우 그룹의 톰슨 멀티미디어사 인수에서 현지 여론의 악화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도 일종의 외국 비용의 실례가 될 것이다.

한편 사회적 관습이나 기업 문화의 차이도 상당한 영업 위험과 외국
비용을 초래한다.

한중 수교 직후 중국 방문길에 천진 거리에서 낯익은 영화 간판을
본적이 있다.

영화 제목은 어지러운 세상에 절세 미인이란 뜻의 난세가인이었다.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터미네이터를 "마귀 파괴자"로밖에 번역할 수밖에 없는 뜻 글자와
소리 글자의 문화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를 기업 문화까지 확장해볼 때 해외 기업 인수는 만만찮은 문화적
비용까지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외 위험에 수반되는 외국 비용을 감내하면서 기대 수익을
올릴수 있는가 하는 것은 결국 우리 기업의 경영 능력에 달린 것이다.

과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의 경영 수준에서 해외 위험과
외국 비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한번쯤은 인수 기업
스스로 자문하여 볼 때가 아닌가 한다.

KY의 논리는 간단했다.

"Can I afford it?"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