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벌써 중반이다.

찬바람은 양복 깃을 스치고 배갯머리에선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요 조락은 결실로서 마무리된다.

조락과 결실이 만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놀라운 조화다.

꽃은 아름답지만 결실이 아니며 푸른 잎은 낙엽이 되어 떨어진 다음에야
결실을 맺게 된다.

올한해 무소득으로 일관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남은 100일의 운세를
기대하게 된다.

아직은 방향도 없고 가능성도 낮다.

"지금 집이 없는 자는 집을 짓지 못한다"는 것은 릴케의 말이다.

그러나 주식으로 집을 짓는데 100일은 결코 짧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