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와 조선맥주, 진로와 보해양조, 농심과 삼양식품...

업계선두를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런 승부는 하이트나 김삿갓같은 히트상품으로 인해 한순간에 결판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물부문의 그림자인 주가에서도 이런 경쟁의 모습은 그대로 드러난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보다 5.7%나 하락했으나 히트작을 낸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는가 하면 어제까지 잘 나가던 기업도 하루아침에 폭락한다.

이는 경쟁사들간의 주가역전이라는 희비쌍곡선을 그린다.

김삿갓의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프레미엄 소주전쟁을 불러 일으켰던
보해양조가 대표적인 예다.

보해양조 주가는 연초만해도 "라이벌"인 진로보다 20%가량 낮았으나 8월
12일에는 1.9배로 올랐다.

지난해 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김삿갓의 판매호조로 올해는 큰폭의
흑자전환을 기록할게 확실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진로는 9월말 결산
법인이어서 실적의 직접적 비교는 힘듦).

라면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농심과 삼양식품도 마찬가지다.

농심은 지난 상반기중 28.6%의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삼양식품
은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결과는 그대로 주가에 반영돼 농심주가는 연초에 삼양식품보다 주당
6,900원이나 낮았으나 최근에는 5,000원이나 높아졌다.

대표적인 여성의류업체인 나산과 신원도 희비가 엇갈렸다.

순이익증가율이 146%에 달한 나산은 주가에 날개를 달았다.

반면 순이익이 27%나 줄어든 신원의 주가는 큰 폭 하락했다.

연초에 2배이상 높았던 신원주가는 나산보다 뒤처지는 아픔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 넥스 라거등으로 하이트(조선맥주)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OB맥주는 주가에서만큼은 어부지리를 얻었다.

OB맥주는 올상반기에도 적자가 확대돼 실적면에서는 조선맥주보다 뒤쳐졌다.

그러나 지방소주사들이 오비맥주 주식을 매집하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타
조선맥주 주가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밖에 화장품업의 피어리스와 태평양, 은행에서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증권업계의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및 보험업의 동부화재와 제일화재등도
8개월만에 주가가 역전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홍찬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