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스릴러는 까다로운 장르다.

이상성격자의 범죄행각 동기를 설득력있게 표현해야 하고 추적자의
심리학적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관객과의 두뇌게임에서도 이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만큼 구성이 치밀해야 하고 팽팽한 긴장이 유지돼야 한다.

국내 최초의 사이코스릴러를 표방한 "피아노맨" (유상욱 감독)은
이같은 요건을 비교적 고루 갖추고 있다.

어릴때의 정신적 상처때문에 엽기적인 살인광이 된 피아노맨
(최민수)과 이를 쫓는 여형사 송미란 (이승연)의 대결이 중심축.

줄거리는 특별히 새롭지 않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역량과 주변장치가
튼실하다.

범인의 이상심리를 상징하는 지하 폐쇄공간과 빛의 강약조절,
재즈피아노를 활용한 음악효과, 교묘한 은닉 복화술, 아버지 콤플렉스의
원용등 갖가지 "재주"가 번득인다.

모형헬기에 장착한 플라잉캠 (항공촬영카메라)과 15분에 달하는
컴퓨터그래픽의 도입도 성공적이다.

몸짓보다 표정으로 내면연기를 보여준 최민수의 변신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어울려 색다른 맛을 낸다.

홍경인이 컴퓨터로 범죄수법을 분석하는 과정도 눈길을 끈다.

몇가지 아쉬움도 있다.

엽기적인 범죄와 첨단기술이 맞닥뜨리는 접점에서 자동차번호판으로
사건을 추적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나친 "생략"도 매끄러운 장면전환을 방해한다.

가짜 피아노맨의 출현과 킬러의 눈물,총격에 화상을 입은 범인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분등은 사실성을 떨어뜨린다.

이는 시나리오작가 출신의 감독이 연출자로 변신하면서 겪는 압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뒷심부족"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구성력과 연출이라면 우리영화도
할리우드의 그늘에서 벗아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 24일 서울 동아 롯데월드 씨네마천국 등 개봉 예정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