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신탁제도개편으로 은행신탁은 30조원의 자금이
이탈하는등 상당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객들도 종전과 같이 은행의 일방적 홍보만 믿고 신탁에 가입했다간
낭패를 당할 가능성도 커졌다.

따라서 이번조치는 은행의 신탁 조달과 운용은 물론 투자자들의 패턴에도
급격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 신탁자금이동규모 =은행신탁부장들은 올 연말까지 30조원안팎이
은행신탁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신탁제도개편이 없었을 경우 신탁증가예상액 30조원(1.4분기동안
증가액 10조원 기준)을 더하면 은행신탁은 총60조원의 수신고감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말 금전신탁잔액 152조6,901억원중 93%인 147조3,100억원이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는 근거에서다.

상품별로는 현재 만기 1년인 가계금전신탁과 기업금전신탁, 그리고
특정금전신탁의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올들어 6조원이상 증가한 가계금전신탁의 위축이 예상된다.

최광용 하나은행신탁부장은 "가계자금중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금이 가계금전신탁에 유입됐으나 중도해지수수료율 인상으로
유동성의 메리트가 사라짐에 따라 가계금전신탁의 이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진홍 한미은행신탁증권팀장은 "기업금전신탁 만기가 270일에서 1년으로
연장됐을때 수탁금의 40%가 이탈됐었다"며 "이번에 다시 만기가 1년6개월로
늘어남에 따라 상당액의 이탈을 피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현재 수탁금 대부분이 1년제임을 감안할때
역시 만기연장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이번 조치로 급격한 자금이동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박재환 한국은행금융시장실장은 "신탁제도가 개편되더라도 신탁을 이탈해
갈만한 상품이 마땅치 않은데다 가계자금은 단기부동화성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탈규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가입시 고객유의점 ="언제 돈이 필요할지"를 잘 따져 그것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물어야 하는 수수료가 종전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가급적 빨리 가입하면 좋다.

실세금리 하락으로 신탁배당률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보수율도 높아지므로
고객이 받는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많아진 탓이다.

대출은 되도록 늦게 받는게 낫다.

은행들은 오는 23일부터 대출우대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주거래은행"을 선정, 한 은행과 계속 거래하는 것도 고려해 볼수 있다.

아울러 가입전에 은행간 배당률을 정확히 따져본다음 믿을수 있다고
판단되는 은행에 가입해야 한다.

앞으론 자칫하면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 하영춘.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