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좋아야 잘 팔린다"

세일행사 안내식의 쇼핑정보 전달에 치중해왔던 백화점 광고가 저마다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기업홍보(PR)성 광고로 바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3월초부터 가수 윤복희,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지휘자
정명훈씨 등을 등장시킨 PR광고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윤복희씨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미니스커트를 선보였던 장본인.

다큐멘터리필름 형식으로 만들어진 CF중 누군가 "미쳤어"라고 외치며
그녀에게 계란을 던지는 장면은 미니스커트가 당시 사람들에게 던져준
충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비디오아트를 개척한 백남준씨나 국내 예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바스티유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정명훈씨 역시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들이다.

신세계백화점 박주성부장은 "신세계가 국내 최초로 가격파괴형
할인점인 E마트와 프라이스클럽을 도입하는 등 유통업계를 선도해왔는데도
소비자들에게는 낡은 백화점이란 인식이 많아 PR광고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들의 이미지를 빌려 신세계라는 이름 그대로 새롭고
앞서나가는 백화점임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미도파백화점은 이달말부터 "편안한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광고할 계획이다.

특히 메트로점의 경우 19~23세의 여성층을 겨냥한 카피와 비주얼을
강조한 감각적인 광고로 "여자의 변신"을 호소한다는 방침.

메트로점의 실질적인 고객들은 20대 초중반의 직장여성들이지만 이들이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미시족"을 유행시켰던 그레이스백화점은 최근 "신촌지엔느시대의
개막"을 주제로 지역의 여성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파리지엔느라는 말이 독특한 문화집단을 형성했던 것처럼 "우리끼리
가는 백화점"이란 이미지를 만들자는 것이다.

백화점마다 이처럼 기업PR성 광고경쟁을 벌이는 것은 기업이미지가
상품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도파백화점 광고팀의 이중헌씨는 "백화점의 경쟁이 치열해져
바겐세일때의 할인율이나 상품구색으론 더이상 차별화가 될 수 없다"며
"70년대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백화점의 캐릭터가 고객을 끌어모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