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은 군사력의 증강과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얼핏보아 터프해
보이지만 사실은 최첨단 고부가가치 기술이 총동원되는 첨단산업이다.

물론 방위산업의 초점은 군사력 증강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신무기개발을 통한 첨단기술 확보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세계각국이 방위산업을 육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무장한 북한군의 판문점 진입으로 남북관계가 경색의 단계를 넘어
긴장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라 한국에 있어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K1개량형 전차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현대정공의 류기철 부회장을 만나
전차를 포함한 방위산업의 현주소와 전동차사업등 이 회사의 사업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K1개량형전차의 성능이 미국의 신형전차에 못지않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하는데 수출전망은 어떻습니까.

"동남아와 남미 등에 대한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요.

특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등은 정몽구그룹회장이 직접
나서서 현지 고위층들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K1개량전차가 성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이 덜 나가 습지가 많은
동남아에 특히 적합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전투기의 경우엔 에어쇼에 내놓고 이 물건좀 사가쇼 하는데 탱크도
그런게 있는지요.

"물론입니다.

우선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
방산전시회(DSA 96)에 참가할 겁니다.

이 전시회는 40개국의 7백개 업체가 참가하는 대규모 방산전시회로
우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부스를 설치해 개량형전차와 구난전차 교량전차
등을 선보일거예요.

현대가 개설하는 부스는 참가업체중 최대규모로 총포류와 장갑차등에
머물렀던 방산수출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 내달 11일에는 싱가포르 병기학교에서 동남아지역 정부요인을 초청해
독자적인 전시회를 가질거고요"

-무기류 수출에는 이런저런 애로가 있다고 들었는데 별 문제 없겠습니까.

"걸림돌이라면 1백20 주포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측이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점인데 이미 양해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국산전차라고는 하지만 국산화율은 그다지 높지않다고 들었는데요.

"일부 부품은 아직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게 사실이나 60%이상은 국산화
했습니다.

핵심부품중에서도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장갑판이나 엔진트랜스미션
등은 자체조달하고 있고요"

-방위산업과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잡고 있으며 전차외에 다른
방산품은 얼마나 제작하고 있는지요.

"방위산업과 관련된 사항은 대부분 극비라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형 전차와 관련해서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주포 등을 국산화
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다른 얘기입니다만 정공이 자동차 관련부문을 강화하면서 현대자동차와
부분적으로 통합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자동차담당이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루어지기 힘들 일이라고 보고있고요"
(유부회장은 전차와 전동차부문 부회장이다)

-그러면 전동차시장은 어떻습니까.

그동안의 덤핑수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들었는데요.

"전동차시장은 연간6천억원 규모입니다.

현대정공의 경우 4천억원규모의 제작능력을 갖고 있어요.

여기에 다른 업체들의 생산능력을 합하면 전동차업계의 생산능력은
8천억원에 달합니다.

수요와 공급간에 커다른 괴리가 생기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니 업체들이 죽기살기로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덤핑경쟁 후유증은 직류 교류겸용 전동차의 경우 생산원가가 6억원선인데
비해 낙찰가격은 4억원대에 그치고 있는 데서 잘 알 수 있어요"

-전동차업계의 경영난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건가요.

"내수시장이 포화상태니 우선은 수출로 돌파구를 찾아야지요.

동남아 남미등에 대한 수주활동에 주력해 현재 3대7인 수출과 내수비율을
앞으론 5대5로 조정할 방침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요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출 계획이에요.

현재 전장품등 핵심부품은 일본 독일 프랑스등에서 수입하고 있어요.

알짜배기 부품은 선진국에서 수입하고 "껍데기"만를 조립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있는거고요.

98년까지 전장품은 물론 기관차까지도 독자기술로 개발해 고유모델의
전동차를 탄생시킬 계획입니다"

< 이의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