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상해=권수경기자 ]

"상하" "상장" "대하" "백화".

우리말로 번역하면 모두 "백화점"이다.

이같은 간판이 붙어있다고 모두 같은 백화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천차만별의 백화점들이 혼재돼 있는게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 전체에서 매출이 가장 높다는 상해제일백화점.

이곳에 들어가 보면 백화점보다 남대문시장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다닥다닥 붙은 매장과 어지럽게 진열된 상품들, 좁은 통로와 혼잡함을
보면 중국백화점에도 매장관리란 개념이 있을까 의심스러워진다.

그러나 같은 상해 중심가에 위치한 일본계 이세탄백화점의 화려하고
깨끗한 매장과 줄줄이 늘어선 유명브랜드들을 보면 다시 혼란에 빠진다.

무질서하게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전통백화점들과 초현대식백화점들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이 유통시장을 개방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92년 중국정부가 선진유통 노하우습득을 위해 소매업의 외자도입을
허용한 이래 홍콩 대만 일본기업들이 대거 진출했다.

상해에만 지난 2년동안 13개의 현대식 백화점이 들어섰다.

이들 백화점은 고급화, 고가정책이라는 영업전략으로 더높은 소비욕구를
지닌 상해의 고소득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비슷한 매장성격에 동일고객층을 갖고 있는 이들 외국계 백화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판매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이세탄백화점의 히로요시 하토리 영업부장은 "현대식백화점들의
반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상해의 고소득계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상해인구의 5%인 구매고객층이
3~5년후 10%까지 늘어날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외국계 선진유통업체의 출현은 기존의 전통백화점들을 자극하고 있다.

선진경영노하우와 전산관리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중국백화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매장에 컴퓨터관리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5백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할인카드를 발행해주고 가짜상품발견시 1만원을 보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익률 1위를 달리는 북경 성향백화점의 김의진한국처장은 최근들어
선진경영기법도입을 통해 고객만족경영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백화점으로 시작된 중국 유통개방의 "제1라운드"가 중반으로 치닫으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대중양판점(GMS)쇼핑센터 대형슈퍼 할인점등 유통신업태가
주도하는 "제2라운드"가 벌써 시작됐다.

상해 북경 광주 대련등의 대도시를 무대로 지난해까지 야오한과 다이에가
각각 슈퍼마켓과 대중양판점을 오픈한데 이어 올해안으로 니치이가 복합
쇼핑센터를, 자스코가 대중양판점을 개점한다.

카푸 월마트 K마트 막스&스펜서역시 적극적으로 중국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아직까지 심하고 전국적 다점포전개가 불가능한 여건에서도
중국에 세계적 소매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드는 것은 중국시장이 가진 막대한
잠재력 때문이다.

많은 인구와 높아지는 소비욕구, 그리고 무한한 성장가능성은 외국
선진유통기업들에게 커다란 투자매력이다.

중국유통시장은 당분간 외국유통업체들이 선진화된 기법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근대화된 유통시스템과 사업노하우의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