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영업의 필수품으로 "화법"이란 게 있다.

영업일선을 뛰는 설계사들이 고객을 만나 보험의 효용성을 환기시키기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보험사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 화법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보험사들은 일선조직에 대해 상품설명에서부터 방문예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손님과 만나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면서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수단인 화법에 대한 교육은 가장 중요한 커리큘럼중 하나.

최근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영향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늘고 있는
금융형상품에 대한 화법으로 다음 몇가지 화법이 자주 쓰인다.

"현금은 찬돈"

=주머니속에서 체온으로 따뜻해 질 틈도 없이 다시 쓰일 곳이 생기다는 뜻.

따라서 현금이 생기면 쓰일 곳이 생기기 전에 저축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약이 소화제"

=우리들의 급한 성미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우리 인생에 있어 5년
정도는 짧은 세월임을 암시한다.

"미래의 수입은 불확실하나 미래의 지출은 확실하다"

=지출은 자녀 양육비 교육비 생활비등 여러 형태로 확실히 정해 있지만
수입은 언제 중단될 지 알수 없는 노릇.

확실한 지출에 대해 불확실한 수입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또다른 수입원을
마련할 필요성을 상기시켜 준다.

화법에는 과거의 실제 사례도 종종 인용된다.

외아들인 A씨는 부친 사망이후 모친과 상의,상속재산을 모두 자신의 명의로
돌려 놓았다.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실 생각에다 상속재산을 갈라 놓을 경우 먼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같은 재산에 대해 두번씩 세금을 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태가 생겼다.

A씨가 교통사고로 불귀의 객이 돼 버린 것이다.

그후 며느리는 혼자서 아이들을 키울 수가 없다며 재혼선언을 해 버리자
A씨 어머니의 노후는 불안해졌다.

남편의 상속재산마저 모두 며느리손에 넘어간 후였다.

보험상품은 이같은 사태에도 적절한 대책수단이 된다.

이경우 A씨는 자신을 계약자로 하고 실제 보험금을 타는 수익자는 어머니로
지정한 보험상품을 가입해 놓았다면 어떠했을까.

상속재산을 며느리에게 송두리째 넘겨주어도 A씨 어머니는 보험금으로
어느정도 노후대책을 세울수 있을 것이다.

이 화법은 산아제한등의 영향으로 외아들이 특히 많은 요즘 상황을 감안할
때 외아들을 겨냥한 보장성상품 판매화법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보험영업은 고객의 자발적인 가입이 극히 드물다.

은행처럼 손님이 점포에 직접 와서 예금도 하고 맡긴 돈을 되찾는
수동적인 영업을 하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보험상품만의 이같은 특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상품내용자체가 복잡하고 장래에 닥칠지도 모른다는 "추상"적인 일을
대비해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라는 강요아닌 강요를 하는게 바로 보험영업
이다.

이런 점에서 고객과 만나 자연스러운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보험의
니드를 부추기는 화법은 보험영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