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연금술.

흙에 불과한 규소가 몇단계의 공정을 거치면 금보다 더한 가치를 갖게
된다.

바로 반도체다.

"반도체는 바로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된지는 오래다.

한발 더 나가 첨단기술의 "맹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반도체가 세상에 선 보인 20세기 중반이후를 "규석기"시대라고 부르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도체란 과연 무엇일까.

반도체는 웨이퍼를 잘게 썰어놓은 것을 말한다.

감자를 얇게 썬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칩( Chip )이라고 부른다.

또 여러 회선을 끌어모으는 공법을 쓴다해서 집적회로(IC: Integated
Circuit )라고도 불린다.

손톱크기 만한 칩에 얼마나 많은 회로를 그려넣는냐가 반도체를 분류하는
기준이 된다.

집적도의 차이다.

LSI( Large Scale Circuit :대규모 집적회로),VLSI( Very Large
Scale Circuit :초대규모 집적회로),ULSI( Ultra Large Scale Circuit )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초기 트랜지스터 수준을 LSI, 64킬로D램부터 256킬로D램까지를 VLSI,
현재의 1메가D램이나 4메가D램 .16메가D램을 ULSI라고 한다.

기능에 따라서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메모리란 입력된 내용을 반복적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두뇌로 치면 기억기능이다.

이에 반해 비메모리는 생각을 담당한다.

메모리의 대표선수는 D램이다.

D램에서 D는 영문 Dynamic 의 약자.

"역동적"이란 뜻을 갖고 있는 단어다.

역동적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는 D램이 전원공급이 끊어질 경우 기억하고
있던 내용을 모두 잊어버리기 때문.

휘발유처럼 날아가버린다고 해서 휘발성 메모리라고도 불린다.

램은 영문 Random Access Memory 의 약자.

아무때나 정보를 입출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D램은 정보의 입출력이 자유롭지만 전원이 끊어지면 기억된 내용이
모두 지워지는 메모리 반도체인 셈이다.

S( Stastic )램은 한번 입력되면 전원이 끊겨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반면 각 기억소자를 구동하는 별도의 장치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D램보다 동작속도가 느리다.

램에 반대되는 말은 롬( Read Only Memory )이다.

읽기만 하는 기억소자라는 뜻이다.

이 반도체에는 정보가 미리 담겨져 있으며 이를 지우거나 변경시킬
수 없다.

컴퓨터에 쓰이는 롬은 컴퓨터 운용에 필요한 기본 명령어를 수록하고
있다.

최근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도 입력된 내용이
지워지지 않는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대표주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다.

컴퓨터의 중심인 CPU가 그것이다.

컴퓨터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고 명령하며 계산을 한다.

미국 인텔사가 독점하고 있는 제품이다.

마이컴이라는 것도 있다.

자동화된 가전제품에 쓰인다.

인공지능이니 퍼지니하는 수식어가 붙은 제품에는 어김없이 마이컴이
들어있다.

전자제품의 작동에 필요한 수많은 명령어를 담고 있다가 상황을 감지하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칩하나로 만들어진 일종의 소형 컴퓨터다.

이밖에 주문형 반도체(ASIC)도 꼽을 수 있다.

특별한 용도에 맞춰 만든 제품이다.

양복으로 치면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인 셈이다.

반도체의 종류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날마다 새 제품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약 30만개쯤 된다.

반도체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계기술이다.

설계기술에 따라 제품의 성능과 기능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분야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선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을 설계기술의 부족 때문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