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투신사및 투자자문사 개방방안"은 국내 증권산업이
조만간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월 증권산업개편방안에서 이미 국내 증권관련 산업의 상호진출과
신규진입을 허용토록 한데 이어 이번에는 외국사에도 다양한 형태로 국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었다는 면에서다.

심하게 말하면 2~3년뒤에는 은행이나 증권사지점처럼 투신사 지점도 동네
마다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경제원은 이번에 밝힌대로의 요건을 갖춘 외국투신사가 현재 약 2백개
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모두 들어올 턱은 없지만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투신사가 현재
3개사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상상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

치열한 경쟁은 불을보듯 하다.

이번 개방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앞두고 최대한의 조기개방을
택했다는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당장 내달부터 외투자자문사의 지점이 허용되고 기존 투신사와 자문사의
주식을 외국인이 49%까지 가질수 있게 된다.

97년12월이면 1백% 외국인자본의 투신사가 들어오고 기존 자문사를 매수
합병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문업은 97년 투신사는 98년12월부터 현지법인을 세울수 있게 했다.

현재 국내금융 관련업종중에 현지법인설립을 약속한 업종은 하나도 없다.

개방의 첫 관문을 투신업으로 잡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OECD조사단이 방한했을때 이런 상황을 설명하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반응이 투신업의 개방을 앞당기는데 큰 계기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10대그룹은 증권사가 있더라도 반드시 다른 증권사를 끼어야만 투신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당초의 방침을 변경, 증권사만 있으면 외국투신사와
합작으로 곧바로 투신업진출을 허용함으로써 길을 쉽게 만들어 주었다.

그만큼 개방의 속도가 가속화되도록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대내개방에는 인색하고 대외개방에는 너그러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 다른 금융기관의 투신업진출과 증권관련 산업간의 업무영역규제는
보수적으로 풀면서 시장개방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잡았다는 대목에서다.

적어도 "칸막이"도 같거나 빠른 속도로 허물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등이 틈만나면 문제삼는 경제적수요심사(ENT)를 합작투신사 허가때
적용키로 함으로써 통상마찰의 빌미가 되자나 않을 까도 우려되는 점이다.

어쨌거나 이제 경우 자립을 맞는 기존의 투신사들은 두발로 서자마자 전쟁
에 나가는 꼴이 됐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경영개선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있다는 말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