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을 구속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검찰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수사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쪽으로 쏠리게 됐다.

검찰관계자들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번 사건 수사의 최대
하이라이트 이긴 하지만 검찰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노씨 구속은) 오히려 하나의 분수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수사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최소한
2~3개월, 길게는 6개월 가량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노씨 구속후 검찰의 남은 수사과제와 방향을 항목별로 정리해
본다.

<<< 비자금 총액및 잔액 규명 >>>

노씨는 대국민사과성명과 검찰에 제출한 소명자료를 통해 5천억원을 조성,
1천8백57억원이 쓰고 남은 잔액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노씨의 비자금 총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수사의 첫번째
목표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계좌추적과 기업인조사등을 통해 검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노씨의
비자금 규모는 3천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도 두번에 걸친 검찰조사에서 한결같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진술해 2천억원의 차액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이 부분이 명확히 밝혀지지 못할 경우 검찰 수사력에 불신을 받게
됨은 물론 공소유지와 재산몰수등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도 상당한 법률적
벽에 부딪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미 조사받은 기업인들중 상당수에 대한 재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한전, 포철등 대형국영기업체나 시중은행장, 대형 호텔과
골프장 업주들에 대한 무더기 소환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 대선자금등 사용처 규명 >>>

노씨는 또한 비자금의 주요 사용처로 보이는 92년 대선자금을 포함한
선거자금, 민자당 조직관리비, 3당 합당및 중간평가 유보등과 관련한 정치
자금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따라서 이 부분도 결국 계좌추적 작업에 의존해 해결할 수 밖에 업게 됐다.

검찰관계자는 그러나 "돈의 사용처 추적은 입금내역을 규명하는 조성과정
추적과는 달리 돈세탁 흔적이 없기 때문에 1개월 정도의 비교적 단시간에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미 지난 14일 "대선자금을 포함한 사용처 부분과 기업인이
다른 정치인에게 제공한 불법정치자금도 수사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정치권
은 조만간 자칫 메가톤급 태풍에 휩싸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친인척비리 >>>

친인척을 포함한 노씨 측근중 가장 먼저 혐의가 포착된 사람은 손아래
동서인 금진호민자당의원.

검찰은 그가 비자금 조성과정에 깊이 개입하고 은행장선임및 대출알선과도
관련해 상당액을 개인적으로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87년 대선당시 자금모집을 담당한 노씨의 사조직 "태림회"에
깊이 관여한 동생 재우씨 <>비자금 조성및 관리에 일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부인 김옥숙씨 <>동방페레그린 중권등에 거액의 주식투자를 한 아들
재헌씨 <>20만달러 외화 밀반입 사건의 장본인인 딸 소영씨부부등 친인척
비리에 대한 수사도 적극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외 은닉재산 >>>

가장 늦게 수사에 착수한 은닉 부동산 부분을 서울센터빌딩과 동남타워
빌딩, 동호빌딩, 미락냉장등 4개 부동산에 노씨 비자금 3백55억원이 유입된
사실이 밝혀진 만큼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씨의 마지막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은행등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수사는 그 특수여건상 아직도 상당히 지지부진한 상태.

검찰은 미국및 수위스 정부와의 사법공조를 통해 노씨 본인과 친인척등
21명의 명의의 계좌가 있는지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전적
으로 두나라의 협조 여하에 달린 만큼 자칫 몇달은 물론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필리핀은 마르코스전대통령의 스위스 은닉 예금중 겨우 5%만
회수하는 대도 10년을 소요한 바 있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