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다시 한번 "인사회오리"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관리에 나응찬신한은행장과 홍영 신한리스사장(전
신한은행상무)이 직접 관련된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비자금규모가 속속 드러날수록 관련된 은행장과 임원들의 숫자도 늘어날수
밖에 없다.

비자금파장을 고려할때 이들은 어떤식으로든 인사조치를 당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금융계에선 차제에 정부가 금융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실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비자금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분위기를 쇄신시킬 필요가 있는 정부로서
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고 그러자면 자연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툭하면 "분위기쇄신용"으로 은행임원들이 희생되는걸 봐왔던 금융계에선
벌써부터 "사정바람"을 염려하고 있다.

금융계물갈이가 실시되면 비자금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임원들이
그 첫번째대상으로 우선 꼽히고 있다.

나응찬신한은행장의 경우 "예금유치가 목적이었다"는 동정론이 없지 않으나
이번 사건의 파장을 고려할때 퇴진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영 사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은행장의 지시를 수행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도덕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앞으로 사건이 확대돼 관련 임원들이 늘어나면 이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현재 비자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거론되는
상업 제일 동화은행의 임원들도 사실확인여부에 따라 물갈이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러나 이철수제일은행장과 이재진동화은행장은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취임했기 때문에 당시 비자금과는 직접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계의 전반적인 물갈이를 시도한다면 현재 남아있는 "6공인사"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강도높게 실시됐던 사정으로 6공
은행장들은 대부분 물러난 상태다.

취임일자로만 따진다면 정지태상업은행장(93년 1월 취임) 이규징국민은행장
(92년 7월 취임) 나응찬신한은행장(91년2월 취임) 윤병철하나은행장(91년
7월취임) 박종대평화은행장(92년 5월 취임) 홍희흠대구은행장(92년6월 취임)
이창희부산은행장(88년 9월 취임) 김형영경남은행장(91년 2월 취임) 민형근
충북은행장(92년 2월 취임)등을 6공인물로 분류할수 있다.

그러나 후발은행장과 지방은행장들은 비자금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작고 "효과"도 미미하다는 점에서 일단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형시중은행장중에서도 "잡음"이 별로 없고 경영실적이 좋은 은행장들
은 물갈이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이른바 "TK인맥"으로 분류되는 은행임원들도 물갈이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에선 그러나 정부가 은행경영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은행임원들을 문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은행장들을 희생시킨다면 모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는
"자율경영"과 "소신경영"이 물건너가 금융산업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