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일본의 엔고로 인해 국내기업들이 기계.부품등 자본재의 수입선을 미국으로
돌리고 있는데다 미국의 개방압력으로 농산물등의 수입이 크게 늘어 그
"열매"로 적자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는 올들어 대미수입을 품목별로 분석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금년 1-8월중 대미수입을 주도한 것은 기계및 자동차와 농산물등이었다.

이 기간중 일반기계의 수입은 31억1천2백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61.7%
가 늘었다.

유선통신기기(1백48.6%) 금속제품(66.6%) 자동차부품(42.8%) 전자부품
(42.8%)등도 큰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들 품목은 그동안 대일역조의 "주범"으로 지목돼 오던 자본재들이다.

국내기업들이 엔고에 따라 일본으로부터는 수입가격 부담이 커진 자본재들
을 미국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미국의 수입개방압력을 받아온 농산물의 수입도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게 곡물로 올들어 8월까지 수입이 1억4천3백만달러에 달했다.

전년동기대비 214% 증가한 규모다.

대한 개방압력의 주 메뉴였던 쇠고기의 경우도 수입증가율이 96.1%나 됐다.

담배는 1억2천1백만달러 어치가 들어와 63.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농산물의 대미수입이 이처럼 늘어난데는 금년에 중국의 곡물작황이 부진
했던 점도 있긴 하지만 미국의 통상압력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미국산 자동차와 항공기의 수입규모가 각각 1억4백만달러와 12억
3천3백만달러로 작년동기보다 2배이상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미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원인 자체가 한국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다.

구조적인 외부요인이어서다.

최근 초엔고가 다소 고개를 숙이고는 있으나 미국의 대일적자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한 엔고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구조적 요인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미국에 열어준 국내시장의 문도 다시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도 국내 시장개방폭은 넓어지면 넓어졌지 좁아지지 않을 건 뻔하다.

이때문에 벌써부터 한국의 대미무역적자 구조가 대일역조처럼 굳어져
버리는게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은 한미자동차협상에서 처럼 한국시장을 계속 야금야금 잠식해 올
예상인데 한국은 대미수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뾰족한 수가 없어 문제라는
우려다.

정부가 대미무역적자에 대해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근원적인 해소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또 이제는 한국도 더이상 미국에 대해 흑자국이 아닌 만큼 한미통상협상
에서도 이를 "무기화" 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문이기도 하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미자동차 협상에서 한국은 대미무역적자
국으로 일본과 다르다는 점을 좀더 부각시키지 못한게 아쉬운 점"이라며
"앞으로는 미국의 개별품목에 대한 개방압력에 대해서도 한국의 대미적자를
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