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크푸르트=김정호.정태웅기자 ]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승용차는 "에코( Eco )3"이다.

GM의 독일자회사인 오펠사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1천7백cc 급인 이 차는 코르사를 기본모델로 했지만 연비면에서는 동급
소형승용차와 비교가 안된다.

기존 승용차들은 1l 로 보통 10km 정도 달릴수 있다.

연비효율이 좋다는 차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15km 정도밖에 못 달린다.

이에비해 에코는 1l 로 30km 나 갈수 있다.

그러니까 3.4l 의 연료만 있으면 무려 1백km 를 달릴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휘발유 값이 l당 6백35원이니 그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1만8천원
이나 들던 휘발유값이 9천7백원으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GM인터내셔널 피터 하넨버거수석부사장은 "3l 카의 꿈을 이뤘다"며
"현대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기원"이라고까지 극찬하고 있다.

이 차의 우수성은 엔진의 효율성뿐만 아니다.

오펠사는 에코에 직접연료 분사방식인 "1.7 TDi "엔진을 처음으로
장착했다.

교통신호등으로 차가 잠깐 설때는 엔진가동이 자동으로 중단된다.

물론 클러치 페달을 밟으면 엔진이 다시 가동된다.

연료소모를 극소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이 차는 자동차산업의 최대과제인 환경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려 했고 그 결실이 연비개선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비개선 노력은 일본업체들이 미국 유럽의 경쟁업체들에 뒤질리가 없다.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연비경쟁에 나섰다고나 할까.

도요타 혼다 닛산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연비개선의 방안으로 GM처럼
직접연료 분사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른 점은 GM이 디젤엔진을 사용한데비해 일본업체들은 가솔린엔진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가솔린 직접연료 분사엔진을 대거
선보였다.

가솔린엔진은 그동안 기술적인 어려움등으로 인해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업체들이 이를 극복한 것이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실린더에 연료를 직접분사시키는 이 방식은
연료효율이 뛰어난게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파워는 기존차량보다 훨씬 높다.

도요타는 이 방식의 엔진이 구형엔진에 비해 효율이 12.5%가량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컨셉트카에 인덕션 모터를 붙여 내놓았다.

브레이크를 밟아 발생하는 마찰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재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연비가 50%나 향상됐다는게 도요타측의 설명이다.

유럽에서는 오펠사만 그런게 아니다.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BMW가 독일정부와 공동으로 "3 카 개발"에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연비개선의 또다른 방법은 경량화이다.

BMW가 새롭게 선보인 5시리즈의 보디는 모두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했다.

아우디사의 "A8"도 같은 개념이다.

따지고 보면 업체들이 저마다 차체의 "축소지향"에 나서고 있는것도
연비향상을 최대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볼수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트렌드는 안전. 물론 요즘
나오는 차량들 대부분이 듀얼에어백 ABS(미끄럼방지제동장치)를 달고 있어
차별화가 어렵긴 하다.

그러나 이번 모터쇼에서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예컨대 승용차도 밑바닥에 두꺼운 프레임을 달아 안전도를 높임으로써
차별화를 꾀하는 업체들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작년 파리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사 "폴로"의 안전강화에 큰 영향을 받은
셈이다.

첨단기술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이번 모터쇼 특징의 하나다.

혼다가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시빅 새모델을 선보였고 도요타는 졸음방지
시스템 추돌방지시스템등을 내놓아 인기를 얻고 있다.

벤츠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자동주행장치 " VITA-II "를 개량해
출품했다.

이 차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부착돼 있다.

그래서 운전자가 잠시 한눈을 팔아도 자동차 스스로 도로를 읽어 운전을
해나간다.

첨단방식인 것이다.

"요즘은 외관에서 차별화가 불가능하다"(전성원현대자동차사장). 아무리
GM이나 도요타라 해도 시장상황이 안좋은 상태에서 과감하고 혁신적인
도전을 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불붙은 원가경쟁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져 있다.

따라서 차별화는 보다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자동차, 그리고 인간의
편의를 강조한 차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경쟁의 최대변수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