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보기 드물게 대규모의 추경예산이 편성됐다.

1조8천5백억원 규모로 일반회계 본예산(49조9천8백79억원)의 3.7%에
달하는 규모다.

93년엔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92년엔 3천17억원, 작년엔 농어촌
특별세 신설로 할수없이 추경을 짰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재경원은 경기호조로 세금이 예산보다 더걷힌 반면 예산에 없었던
재원소요가 생겨 어쩔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증권시장 위축으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통신주식을 매각할 수
없는데다 대북쌀지원으로 돈이 들어 추경편성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추경재원은 올해 예상되는 세계잉여금으로만 잡고 작년에 생긴 잉여금
(1조3천억원)은 모두 양곡증권이나 외평채상환등 채무상환에 쓰겠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통신 주식매각대금은 도로 철도등 사회간접자본과 중소기업및
농어촌지원등에 쓰이는 재원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메워주어야 하는
게 사실이다.

북한 쌀지원 자금도 지원하지 않을도리가 없다.

문제는 추경편성이 당초의 예산증가율을 낮추는 편법으로 또다시 쓰였다는
대목이다.

세금이 더걷힐 줄 뻔히 알면서도 일단 본예산은 작게 편성, 비난을 면하고
나중에 돈이 남으면 추경을 편성하는 악습을 되풀이 했다는 점이다.

물론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여 세금이 많이 걷혔다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예산당국의 예측능력 부족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번 추경이 당초의 본예산에 반영됐더라면 올해 일반회계 본예산
규모는 51조83백79억원에 달하게 된다.

94년 본예산보다 무려 19.9%가늘어나 유례없는 증가폭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예측능력 부족이 됐건 의도적인 축소편성이 됐건 당초에 금년
본예산증가율은 15.6%로 발표됐었다.

결과적으로 팽창예산을 숨기는 악습이 반복됐다.

더군다나 작년에 금년예산을 발표할 당시 "95년엔 세계잉여금이
최소폭으로만 날 것이며 설사 잉여금이 나더라도 채무상환에 쓰겠다"고
약속했었다.

당시의 약속은 "눈가림"이 되고만 것이다.

재경원은 올해 생긴 세계잉여금을 추경으로 소진하지 않을 경우 내년으로
넘기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조8천억원을 이월시켜 내년세입으로 잡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높게 잡은
예산증가율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대목이다.

진위야 어떻든 예상되는 세입과 세출은 본예산에 "솔직하게" 반영해
한눈에 알수 있게 해야한다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