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화장실이 새로운(?) 내용의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은밀히 이루어지는 장기매매로 의심할수 밖에 없는 "신장제공"이라는
낙서로 말이다.

도대체 만성신부전은 어떤 질병이기에 화장실에까지 그 대처방법이
기록되고 은밀한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만성신부전이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하여 신장의 기능이 점진적인 회복
불능의 상태로 저하되는 것을 말한다.

신장의 기능은 순환혈액량과 혈압을 조절하고 산.염기의 평형을
유지해주며 조혈작용을 돕는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체내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신장의 노폐물 여과기능이 저하되면 혈중의 노폐물농도가
당연히 증가하는데 이렇게 오줌으로서 배출되어야 할 노폐물성분이
피속에 머물러 있게 되면 요독증이라 불리는 중독증상을 일으킨다.

노폐물축적의 지표는 흔히 크레아티닌이 많이 쓰이는데 정상인의 혈중
농도는 0.6~1.2mg/dl이다.

혈액검사시 크레아티닌이 2.0mg/dl이상이면 신장의 기능이 이미 50%
가까이 망가졌다고 봐야하는데 이때에도 신체적 증상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경미하여 자각증상만으로 만성신부전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빈혈 오심 구토 고혈압 소변량감소 부종 피부소양증 등의
요독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엔 이미 신장의 여과기능이 정상치의
25%이하로 떨어진 말기신부전증일 때가 많다.

치료는 남아있는 신장기능을 최대한 보존하여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크레아티닌농도가 8~10mg/dl가 되면 궁극적으로 혈액투석
이나 복막투석,그리고 신장이식과 같은 최후의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관격 부종 허손 칠상등의 병증을 참고로 하여 만성신부전을
치료한다.

한방치료의 주된 목적 또한 축적된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하고 신기능
저하의 속도를 늦추며 피로감의 회복이라 할수 있는데 효과가 좋은
경우에는 투석받는 횟수도 줄어든다.

그러나 불가역적인 신장의 손상이 완전히 회복될수는 없는 것이므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지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조기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화장실도 더욱 깨끗해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