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생활하는데
적지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

외국인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법이나 관행이 지나치게 많아 세계화의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게 외국인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정부가 외국인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을 경우
외국기업의 한국행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통상산업부가 외국인들이 국내에 거주하면서 겪는 각종 애로사항을
보면 이같은 우려를 갖게 한다.

우선 외국인들이 체류하기위해 받는 비자와 이를 연장하는데 따른
불편이 크다.

현재 국내체류상한기간은 4년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비자를 1년마다 한번씩 연장해야 한다.

연장하는데만 한두달씩이나 길리기도 한다.

이과정에서 외국인들은 연장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과 사소한
문제등으로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자주 있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통산부는 이번 기회에 체류상한기간을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이를
두차례 연장토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18년간 체류할수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나 법무부등에서 흔괘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외국인들이 개인자격으로 집이나 땅을 살수없는 것도 불편사항의
하나로 지적된다.

외국인의 토지취득및 관리에 관한 법률및 시행령 3조에 따르면 외국인기업명
의로는 주택이나 토지를 살수있으나 화교를 제외하곤 외국인개인자격으론
이것이 불가능하다.

통산부관계자는 해외교포들중 주택이나 토지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적지않다고 밝히고 이들중 국내에서 활용할수있는 인재들도 있는
만큼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등에서는 일부 교포들이 국내체류동기때문이 아닌
투기목적으로 주택구입등을 바라고 있어 제한을 완화하는데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외국인들의 주택임대도 쉽지않다.

이에 대한 법적제한은 없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주택임대를 꺼리는 실정이며 임대를
받은 외국인들은 관련 공무원의 인식부족등으로 전세권자로서 등기를
하는데도 적지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월세임대가 희소해 대부분 전세를 구할수밖에 없는데
초기 자금부담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은행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들은 계좌를 개설해 예금을 할수는 있다.

그러나 대출을 받으려 할 경우 외국인신분에 따른 불안감,담보요구,
보증인확보요구등으로 사실상 접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수표사용도곤란하다.

외국인들이 수표를 사용할 경우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으로 실명확인을
할수 있음에도 관습상 주민등록증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해 수표사용이쉽
지 않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발급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인신분에 대한불안감, 담보나 보증인요구등으로 국내은행에서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외국카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출내역을
관리하거나 정산하는데 불편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주거안정과 목돈마련지원에 관한 법률및 시행령 2조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재형저축이나 주택저축등 우량저축상품에 가입하는
것도불가능하다.

통상자문관이나 국제변호사 ,고급과학두뇌들을 정부나 국내기업이
채용하기도그리 쉽지 않다.

헙법상의 공무담임권(제25조)를 유추 해석하고 법원판례를감안할
경우 외국인을 임용하는게 수월치 않다.

필요한 경우 전문직이나 계약직으로 채용할수있으나 이때도 보조적
역할에 한정해야 한다.

통산부관계자는 교포2세중 통상전문가를 협상대표로 쓰고 싶은 경우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부에서 외국인을 사립대학교수로 채용할수있도록허용했으나
국립대학은 계속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개인자격의 국내의료보험가입도 제한돼있다.

의료보험법 1조와 4조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기업은 기업에서 단체로
국가의료보험에 가입할수있을뿐 개별적으론 가입할수없다.

이에따라 외국인들은 외국의 사보험에 가입하거나 소속된기업의
단체가입만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산부는 외국인들이 이처럼 불편을 겪는 것은 주민등록증과 같은
내국인과동등한 신분보장제도가 없는데다 법이나 제도상의 제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을 차별대우하는 사회관습이나 관행이
외국인들에게는 두터운 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외국인들이 국내에 체류하면서 겪는 이같은 불편사항을
미세한 부분까지 해결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정책이나 나아가 세계화구상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