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를 부실대출로 봐야하는가.

뒷거래없이 정상적인 은행이사회절차를 거쳐 결정된 대출도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되는가.

부도가 난 국제산업공사에 대한 충북은행의 대출이 검찰로 넘겨져
사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면서 금융계에 대출책임의 한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산업공사는 국내잎담배건조기 시장의 70~80%를 점유하는 독과점
업체로 잎담배 고추등이 주생산물중 하나인 충북지역에선 무시할수 없는
농기구제조업체.지난해 10월 이회사가 자금난으로 1차부도를 내면서
문제의 씨앗이 뿌려졌다.

최종부도를 모면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이던 충북은행에 SOS를 쳤던것.

충북은행은 10월27일 1차로 13억원을 지원하고 11월16일 2차로 3억
5천만원을 대출했으나 국제산업공사는 11월21께 최종부도를 내고 말았다.

잠시 묻혀지는듯했던 이문제는 올2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투서가
나돌면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투서의 요지는 대출과 관련해서 커미션이 오고갔고 부도가 뻔히 예상되는
상태에서 무리한 대출이었다는 것.

커미션이 오고갔다면 업무상배임이라는 손쉬운 결론에 도달할뻔했으나
대출커미션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게
은행감독원의 설명.

커미션문제를 제외하면 부도위기에 닥친 기업에 대한 대출이 정당했는지가
관심거리다.

경찰은 충북은행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회사가 최종부도를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배임혐의가 있다고 보고있다.

충북은행이 국제산업공사에 대출해준 1백24억원중 59억원밖에 담보를
챙기지 못한 점도 부실대출의 흔적으로 지목된다.

충북은행측은 이미 1백억원이상의 대출이 나가있던 주요거래업체였으므로
주거래은행으로서는 부도위기에 몰렸다고 나몰라라 할수없었다고
해명한다.

국제산업공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1백55억원중 1백24억원이
충북은행자금.

또 금융기관의 사회적인 책임상 산업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충북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라도 부도를 막아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사회에서 1명의 이사가 반대를 했지만 나머지 4명이 추가대출에
동의,절차상 하자도 없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커미션수수가 없고 다수임원들이 "사회적인 책임"에 공감하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충북은행의 대출에 대해 사법처리가 가해질
경우 금융관행에 큰 혼란이 오게된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런 점에서 대출커미션이 오고간 덕산관련 부당대출의 경우와는
비교할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자율적으로 판단한 대출
결정에 대해서도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금융거래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부도기업에 대한 대출을 사사건건 문제삼아 업무상배임혐의로 몰 경우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이 은행으로 대출받을수 있는 길이 더욱 좁아질수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덕산그룹관련대출과 관련 사법당국이 투금사들을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투금사들이 부실업체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고 나섰던 것과 같은
금융경색국면이 올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부도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가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아무튼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이 대출심사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라면서 사법당국의 처리를 눈여겨보고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