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대표 안동규씨(37)는 요즘 국제전화 받기에 더 바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있는 영화 "헐리우드키드의 생애"의 영화제
출품요청이 줄을 잇는데다 외국배급사들로부터의 계약문의가 쇄도하고
있기때문이다.

한남동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연신 울려대는 전화통을
붙들고 "곤혹"스러워 했다.

오후2시쯤 걸려온 전화는 미국에서 온 것이었다.

한참만에 통화를 끝낸 그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방금 미국의 시네 논사가 전세계 배급을 맡기로 했습니다. 올여름
미국전역 동시상영에 앞서 5월 22,23일 칸영화제에서 오리지널 필름으로
마케팅시사회를 갖게 될겁니다"

지난해 청룡영화제 대상 수상에 이어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과
작품 감독 인기상을 휩쓴 "헐리우드키드의 생애"는 출범 2년째인
신생영화사를 급성장 시킨 "효자"다.

지금까지 산세바스찬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받는등 해외출품만
15회가 넘었고 현재도 10여군데 이상의 영화제측으로부터 출품요청을
받아놓고 있다.

"10년후에도 보고싶어할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희망은 반드시 그것을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국제통으로 불리는 그도 우리영화의 해외진출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희망론"을 편다.

"의욕만으론 안됩니다. 이질적인 언어와 영세한 자본, 노하우의 빈곤
등 근본적인 한계가 많습니다.

우선 내수가 튼튼해야 되고 이를 바탕으로 합작진출을 모색해야
합니다.

동양권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유럽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는게 효과적
이지요. 그래서 결국은 제작진과 배우 감독의 참여로 유도해야죠"

자본력만 믿고 할리우드에 뛰어든 일본이 실패한 이유도 이같은
원리를 무시한 결과라고 말한 그는 우리의 경우 "언어장벽을 그나마
비껴갈수 있는 장르는 액션물이 가장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영화가 극장상영으로 끝나는 시대는 지났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수요도 엄청난데 정부의 진흥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어요.

포상위주의 사후지원보다 생산단계의 사전제작지원이 선행돼야 합니다.
영화도 사회간접자본처럼 국가차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58년 강원도 양구태생인 그는 경희대를 졸업한뒤 84년부터 장선우
감독의 "서울예수" 연출부에서 본격 영화계에 뛰어든뒤 91년 프리랜서
기획자로 활동하다 93년5월 현재의 영화세상을 설립했다.

이듬해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과 "헐리우드키드이 생애"를
제작하며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했다.

다음작품으로 블랙코미디물 "천재선언"(이장호감독)과 "3인조"
(박찬욱감독)를 기획 제작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