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 대주주인 정철호사장일가가 동부그룹에 소유지분 전량을 넘겼다.

이로써 동부그룹은 은행특정금전신탁과 동부증권창구를 통해 동부제강과
동부건설이 사들였던 19.80%와 정씨일가 지분 24.75%를 합쳐 44.55%로
제1대주주가 됐다.

동부측이 정씨일가에 지불한 매각대금은 한농소유지분 4백28억원,
한정화학 40억원등 총 4백68억원으로 알려졌다.

9일 동부그룹 관계자는 정철호씨등 정씨일가가 가지고 있는 한농지분
42만8천1백75주를 주당 10만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한농주가는 9일종가기준으로 6만4천5백원으로 동부측이 정철호씨에게
준 프리미엄은 55%수준이다.

동부는 한농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한농뿐만 아니라 한정화학 한농종묘
한농아데카등 12개계열사의 경영권도 아울러 쥐게 됐다.

정씨일가의 동부지분 인수소식에 한농의 다른 대주주인 신준식전사장
등은 당혹해하면서도 이미 법원에 내놓은 대표이사등 직무정지가처분
신청과 주총무효소송등을 통해 법정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농과 계열사임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고준섭위원장도
동부의 한농인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부그룹은 주식시장에서 27일 3만4천주를 사들인데 이어 동부제강등
그룹계열사들이 장기신용은행과 서울신탁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사들인 30만8천주도 주총직후 동부제강등이 모두 매입,지분율을 19.8%로
높인 바 있다.

국내최대의 농약회사인 한농은 53년 정규삼씨와 김창윤씨가 창업,지난
42년간 공동경영해 왔다.

그동안 한농은 정규삼씨의 조카인 정기영사장이 30여년에 걸쳐 사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93년말 정기영사장이 타계한 후 신준식부사장(김창윤씨의 사위)
이 사장,정철호씨가 부사장에 취임하면서 공동경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영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하는 정철호씨는 동부그룹과
접촉하기 이전인 지난해 10월 K그룹의 K화학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으나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을 고려한 K그룹측이 막판에 지분인수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정진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